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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조율이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0월 19일 14시14분
보통 제사 음식을 제수(祭需)라고 한다. 제사상은 의식을 치르는 상차림이기 때문에 음식을 놓는 자리에도 법칙이 있다. 이를 ‘진설(陳設)’이라고 한다. 법칙이긴 하지만 가문과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제사상 첫 줄에는 과일을 놓는다. 과일 놓는 순서를 동조서율(東棗西栗)이라고 하기도 하고 조율이시(棗栗梨枾)라고 하기도 한다. 한자 때문에 어려워보이지만 뜻을 알면 쉽다. 동쪽 동(東), 대추나무 조(棗), 서쪽 서(西), 밤 율(栗)의 한자를 써 동쪽에는 대추, 서쪽에는 밤을 놓으라는 소리다. 붉은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니 색이 비슷한 대추는 동쪽, 서쪽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밤은 서쪽에 놓으라는 의미다.

대추 씨는 하나니 왕을 뜻하고, 밤은 껍데기 속에 알이 셋 들어있어 3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뜻하고, 배는 씨가 6개라 6판서(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를, 감은 씨가 8개라 팔도관찰사를 의미한다고 해서 순서를 대추-밤-배-감 순으로 놓는다. 대추는 통씨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추는 붉은 색으로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을 뜻한다.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밤은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 배(梨)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土)이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인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의미한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 씨가 8개여서 8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를 뜻한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다.

요즘들어 제사상 과일로 포도,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 아보카도, 망고 등 열대 수입 과일을 올려놓기도 해서 글로벌 제사상을 차리기도 한다. 배와 감의 순서를 바꾸는 집안도 더러 있는데,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배, 감이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지독한 더위를 이긴 올해 가을은 어느 해보다 과일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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