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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페어웰에 없는 페어 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2월 24일 14시54분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작별은 아름답다. 만종의 은은한 아취가 느껴진다. ‘별’로 끝나는 두 글자 중에서 ‘작별’은 각별하다. 각자 가슴에 품은 작은 별을 나눠주는 것이다. 고별이나 송별과는 느낌이 다르다. 마음을 오롯이 담은 작별인사는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그것이 저승길이라 하더라도.



작별만이 주는 이 맛을 영어로는 자아낼 수가 없다. 이별이나 송별이거나 간에 영어로는 페어웰이다. 국내에서 2월 4일에 개봉한 영화 ‘페어웰’은 미국과 중국이 합작한 첫 번째 독립영화다. 영화는 창바이산과 분화구에 고인 못, 화려한 목단이 그려진 그림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그곳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있는 백두산이고 천지못이다. 백두산 전체의 25%만 소유하고 있는 북한, 애통한 마음을 안지 않을 수 없다. 가족들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할머니를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암이 아니라 공포라고 일축한다. 아동기부터 미국에서 자란 주인공 빌리는 중국 친족들의 사고방식에 서서히 동화된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절대 알게 하면 안 돼.’가 이 영화를 지배하는 코드다. 암 선고를 받은 할머니는 “아파도 운동을 해야지! 그래서 이 나이에 내가 건강 한 거야.”라고 하며 기합을 넣는다. 골목이 떠나갈 정도로 ‘하’나 ‘호’를 힘차게 내뱉는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바로 이 장면이다. 친족들의 ‘속이기 프로젝트’는 빌리의 사촌 동생을 결혼시키는 연극을 하기에 이른다. 할머니는 오래전, 배우자를 그렇게 보낸 경험이 있다. 주위 모든 이들은 알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죽음. ‘괜히 얘기하면 좋은 기분을 망칠 거야, 지금이 좋은데.’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할머니는 혼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게 싫다는 이유로 한 노인과 동거한다. 노인은 영화 속에서 제대로 된 대사 한마디 없이 그림자처럼 있다. 할머니는 노인의 엉거주춤한 행색에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 본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도 노인은 없는 존재로 치부된다. 영화의 말미쯤 노인은 할머니한테 족욕 물을 ‘갖다 바친다.’ 미국에서는 불법이라고 하며, 속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던 빌리도 나중에는 한술 더 뜬다. 일하는 이가 할머니의 진단서를 가지고 오는 것을 가로채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니, 온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참 애쓰는 영화다. 좋은 의미로 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말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러면서 곳곳에 ‘중국을 욕하지 마! 중국뿐이야! 우리 중국에서는 말이야!’ 이런 대사들이 은근히 살포된다.



영화 페어웰(farewell)에 페어(fare) 웰(well)은 없다. 죽음에 대한 온전한 작별도 없다. 깊은 사유가 배어들 틈도 없다. 잘 산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사랑이란 삶이자 죽음이며, 그 둘은 같은 것이라고 한 사생학의 창시자 퀴블러 로스의 말을 꽁꽁 틀어막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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