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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길목] 고름 살 안 된다

“적폐청산 위해 다시 한 번 신발 끈 고쳐 매야 할 때가 바로 지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0월 28일 13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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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삼년 전, 이맘 때 쯤. 광화문 광장 앞에서 촛불 들고 있었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거쳐 청와대가 보이는 곳까지 아내와 함께 구호 외치며 걸었다. 행진하면서 아내에게 얘기했다. 이 작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지금껏 살면서 삶의 지혜가 있다면 그중 절반은 어머니께 배운 것. 못 먹고 못 살았기 때문이었을까? 어린 시절 다래끼가 자주 났다. 눈시울이 빨갛게 붓고 곪으면 이게 여간 고약하지 않다. 열 나고 눈도 침침해진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이 놀리는 바람에 바깥출입 삼갈 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나의 모습 걱정스레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며칠 동안 말 없으시다.

그러다 어느 날 “낯바닥 칼칼히 씻고 오니라.”고 하신다. 드디어 때가 된 듯싶다. 어린 내가 징징대고 싫다고 하면 “오늘 저녁밥 없다.”고 짧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얼른 얼굴 씻고서 어머니 허벅지에 누울 밖에 없다. 어머니는 단호하시다. 곪은 대로 곪은 부위 단 박에 눌러 고름 짜낸 뒤 피 나올 때까지 한 번 더 꾸욱 짜내신다. 나 죽는다고 소리 쳐도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도 없이 처치 하신다.

그런 뒤,

“고름이 살 안 된다.” ”…하시며 그날 저녁 밥상에 앉으면 언제나 당신 그릇에서 보리밥 한 술 푹 퍼 내 밥그릇에 덜어 주신다.

촛불집회 삼 주년. 촛불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그 정부에 촛불시민은 적폐청산 명령했다. 오랫동안 쌓여 온 생활쓰레기 깨끗이 치우고, 그 위에 나라다운 나라 새로 건설하라는 역사적인 책무 맡겼다. 새로운 정부는 그 동안 열정적으로 이 일 추진해 왔고 성과 또한 눈부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적 상황은 그렇게 녹녹찮다. 적폐청산 하고자 했지만 적폐 반발 또한 만만찮다. 조금 더디 가던 경제는 핵폭탄급 코로나 19 복병 만나 불황 이어지자 처음에 숨죽이던 자들이 다시 고개 들기 시작하면서 세력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급기야 촛불정신 자체 훼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다.

옛것이 무너지는 데 고통이 없을 리 없으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답답하지 않을 리 없다. 한때 소득주도성장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자꾸 과거 회귀적 모습 보이는 걸 걱정스럽게 지켜보면서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를 떠올린다.

“옛것은 죽어 가는데 새것은 아직 자라나지 않은 상태”가 위기라고 그는 말했다.

현 상황은 분명 위기. 하지만 위기는 극복하라고 주어진 기회이다. 보다 긴 호흡 가지고 당장 눈앞에 잘 보이지 않는 성과에 매이지 말고 우직하게 앞만 보며 나아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서 긴장모드로 이어 재 해빙모드 기미 조심스레 보인다. 우리는 전쟁을 잘 관리하고 이제부터 경제라고 외치고 있다. 이것만 해도 현 정부가 큰 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과 다시 싸우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들 군대나 보내고서 그런 말 하는지 모르겠다.

촛불시민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했지 뒤로 돌아서라고 하지 않았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미래 논의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기만이다.

유신(維新)이란 말이 잘못 사용되는 바람에 입에 올리기 거북스럽지만, ‘낡은 제도 고쳐 새롭게 한다’는 유신 본래적 의미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만해 한용운은 에서 “유신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요.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다.”라고 갈파했다.

참담한 시대에 맞서 ‘ 파괴’ 통해 시대 바로 세우고자 했던 만해 원력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할 때다. 적폐청산 위해 다시 한 번 신발 끈 고쳐 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고름이 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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