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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가을 달밤의 은유

시인. 수필가 최상섭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10월 22일 14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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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면 온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한 마음이 천 리에 이른다. 이렇게 달 밝은 밤이면 내 마음도 천 리를 따라가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어디로인가 마냥 달려가고픈 심정을 그 누가 알리오?

그 옛날 달 밝은 밤이면 물 흐르는 강둑에 올라 휘파람 불며 젊은 시절을 보내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추억 속의 한 페이지로 자리하고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해야 하니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지금도 가을 하늘 밑에서 지나간 날들의 그림자를 들추어보면 애절함의 달빛이 주는 그리운 정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눈이 시리도록 바라봐도 싫지 않은 저 달빛의 은유가 내 가슴을 치는데 나는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가을꽃 산국화이거나 코스모스의 흔들림처럼 세월에 흔들리며 시소를 타고 있다. 산다는 것은 늘 시소를 타는 것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고 그리움으로 점철된 추억 하나씩을 꺼내어 빛바랜 날들의 회오리를 잠재우듯 망각의 세월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장대로 찌르고 싶은 저 가을 하늘의 여유 그 위로 고추잠자리의 비상이거나 세월의 소리를 내는 철새의 날갯짓이 유독 청아한 하늘에 가득하다. 이럴 때 나는 노란 들녘에 나가 메뚜기 잡던 유념의 기억에서 옥죄이는 오늘의 삶이 분주하여 모두를 내려놓고 내 안의 청명함을 찾으려 애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세사는 빗나가는 화살이 된다. 떠나간 친구가 그리워지는 것도 이 가을에 떠나갔기 때문이고 사랑이란 표현을 하지 않아도 늘 그리움 속에서 함께 생의 파도를 넘던 그녀가 이별을 선언한 때도 이렇게 하늘이 맑은 시절이었다. 나는 이렇게 갈대목 휘날리는 계절만 되면 가슴앓이로 신열이 난다. 누구에게 내보일 수도 없는 이 마음속의 번뇌를 산언덕 억새의 흔들림에다 퍼 넘기지 못하고 혼자 앓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호수가 갈대밭을 지나는 바람처럼 아무 흔적 없이 왔다가 세월을 따라 돌아가는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가슴이 쌓이는 풍요로움 속의 외로움이 늘 상주하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을 모르고 가는 세월의 그림자를 잡아두려는 부질없는 생각이 항상 넘치어 우리는 우를 범하거나 빈곤 속의 풍요를 모르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래도 오늘 가슴에 담아둘 수 있는 황금 들녘의 결실이 얼마나 마음 뿌듯한가 자성해 본다. 이렇게 결실을 거두기까지 천둥은 또 먹구름 속에서 산고의 진통으로 몇 번을 울부짖었으며 벼락은 또 번뜩이는 칼날로 몇 번이나 겁박을 했던가? 장대비 속에서도 오로지 한 길로 오늘을 위해 묵묵히 함묵해온 세월 앞에 나는 겸손의 기도를 올리고 싶다.

그 황금 들녘이 여니곱살 아이 이빨 빠진 듯 띄엄띄엄 추수를 끝내고 하얀 공룡알이 신작로에 놓이면 봄날 초록 빛깔에 풀잎의 꿈도 잊은 채 가슴이 뛴다. 낱알이 채곡하게 쌓이는 우리네 인심처럼 보람의 결실을 거두는 농촌의 풍경을 그려보지만 현실의 벽은 찬 서리가 어린다. 산다는 것은 늘 이렇게 고뇌의 연속인 것을 얼마나 더 큰 마음의 결실이 풍요를 가져다주는지 그 잣대의 기준은 참으로 모호하다. 무침

코 금년에는 마누라 단풍놀이 한 번 보내주고 큰 자식놈 때깔나는 양복도 한 벌 사 주어야겠다.

아직도 오동나무 열매는 가을 소리를 내고 섬돌 앞의 풀벌레 소리가 청아한 이 호시절에 먼 길 떠나 돌아오지 않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보고 싶은 마음이 하늘만 하다고, 가을밤의 허연 달빛의 은유를 실어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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