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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자치경찰제 불만 폭주


기사 작성:  양정선
- 2020년 09월 21일 17시13분
내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둔 자치경찰제가 현장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필요 인력과 예산 증원 없이 ‘잡무’만 떠안게 돼 정작 치안활동에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방분권을 앞세워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경찰직장협의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발의한 자치경찰법안 폐기와 재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법 개정안에 담긴 일원화 자치경찰제는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며 “자치경찰은 지역에 맞는 치안서비스 제공 등을 목표로 지방분권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정 반대다”고 꼬집었다.

당·정·청은 지난 7월 자치 경찰조직을 신설하는 ‘이원화 자치경찰’ 대신 현 경찰 인력을 쪼개 업무를 분담하는 ‘일원화 자치경찰제’를 추진키로 했다. 이 내용이 담긴 경찰청‧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은 지난달 4일 발의 된 상태다.

자치경찰제는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각 지역주민 수요에 맞춘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06년부터 준비돼 왔다. 하지만 경찰이 꿈꾸던 것과 이번 개정안 사이의 괴리는 컸다.

개정안에는 자치경찰 사무에 공공청사 경비와 지역축제 안전관리, 노숙인‧행려병자 보호조치, 쓰레기 투기 단속, 동물사체 수거 업무 등이 추가됐다. 사실상 지자체가 담당하던 생활민원을 경찰에게 넘긴 것이다.

박상욱 전주완산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전북112상황실에는 한해 평균 70~80만 건의 신고가 들어오는데 이 중 40~45%가 단순 민원으로 지령실에서 상황이 마무리 되고 있다”며 “이런 생활민원 업무까지 감당하려면 전국에 4만5,000명‧예산은 4~5조 가량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증원 없이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정작 중대한 범죄 처리가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치경찰이 아닌 정치경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직장협의회는 “시‧도지사는 경찰 임용, 평가, 감찰‧징계요구 등 현장 경찰관에게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며 “승진하고 싶거나 징계를 피하기 위해선 정치적 업무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자치경찰이 시‧도지사의 새로운 권력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의회는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 나라의 치안 기반을 바꾸면서 아무런 시범 시행 없이 진행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경찰들의 의견 반영 없이 밀실 합의된 이번 안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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