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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슬기로운 비대면 생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20일 13시42분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불과 반년전만 해도 전혀 상상치 못했던 비대면 생활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살았던 어머니 세대의 공동체문화는 세상이 바빠지면서 변해갔다. 언제부턴가 혼술, 혼밥이 낯설지 않게 되어갔지만, 공동체로부터 혼자가 되는 것은 여전히 견디기 힘든 일이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혼자 지내는 적막이 견딜 수 없는 ‘고문’과 같다며 집 창문에 하소연 포스터를 내걸었던 75세의 영국 남성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었다. 이제 코로나 19는 저항할 수도 없이 과감하게 우리를 고문과 같다는 혼자의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려는 타인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꺼려지고, 두려워지는 비대면의 외로운 처지로 말이다.

견디기 힘든 비대면 생활을 슬기롭게 이기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생각해보면, 미륵사지나 왕궁리유적 등 사람들이 많지 않은 유적을 자주 들렀던 나는 비대면을 은근 즐겨왔던 것 같다. 처음 왕궁리유적에 들렀을 때는 이 유적은 어떻게 생겼을까에 관심을 두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공간과 친해지자, 이 거창한 궁궐은 누가 왜 때문에 만들었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다녔다. 무왕이 떠 오르고, 왕궁 정전에 앉아 백제의 미래를 꿈꾸는 임금, 몇몇의 장수와 머리를 맞대고 신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작전회의하는 전략가의 모습이 스크린처럼 그려졌다. 말 그대로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비대면으로 오롯이 무왕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지난해 초, 한겨레 신문에는 백제 무왕과 전문가들의 비대면 상견례 모습을 상상케 하는 칼럼이 실렸다. 익산 쌍릉 대왕릉에서 출토된 인골의 분석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결과를 듣고 있던 전문가들이 이 인골을 백제 무왕의 것으로 보아도 되겠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네”라고 대답했고, 그 자리에 있던 최완규 교수의 “백제 무왕이십니다. 예를 표하시죠”라는 나지막한 말 한마디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는 것이다. 1,400여년 전 이 땅에 살았던 무왕과 그를 연구하던 21세기의 학자들이 비대면으로 상봉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며칠전 가끔 연락을 주고 받던 지인이 자신의 책 `리더라면 정조처럼'이 대통령의 추천도서가 되었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아마도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자나깨나 정조를 비대면해 왔을 것이다. 평소 정조를 입에 달고 살던 그는 마침내 자타가 공인하는 정조 박사가 되었다. 역사 속 인물들과의 비대면 데이트는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과 성과를 안겨 주기도 한다.

지극히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코로나 19라는 비대면의 암울한 터널을 건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 평소 내가 좋아하던 역사 속 사람들과 대면해 보는 슬기로운 비대면 생활을 추천드린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터널 밖으로 나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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