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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특별한 기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6월 03일 13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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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감염과 전염의 시대다. 병원체가 숙주의 체내로 침입하여 증식, 기생상태가 성립한 것을 감염이라고 한다. 이 감염이 잇따라 전하여져 가는 상태를 전염이라고 한다.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 감염과 전염의 세상이다.

1일에 초등학생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감금해서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사십 대의 여자가 긴급 체포되었다. 친자식을 구타하거나 방치해서 죽인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의 심리는 알면 알수록 오묘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어 왔다. 격분과 신경질, 우울과 의심, 좌절과 자기비하 등등의 부정적 심리가 딱히 이유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혹은 어떤 일이 촉매가 되어 일어나기도 한다. 때때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행동으로 옮겨진다. 호되게 질책하고 고함을 지르거나 싸잡아서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감정을 폭발시켜 놓고 나서도 시원하지도 않다. 서로 상처를 받거나 관계가 악화된다. 습관처럼 불거지는 언행에 대해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평생을 그렇게 반복해서 살아간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 갇혀서 꼼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깨닫고 노력한다고 순식간에 되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자. 아동학대를 행한 부모는 자신도 그렇게 자라온 것이다. 애정과 조건 없는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왔다면 그런 마음을 낼 수 있다. 그 반대라면, 끔찍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세계가 익숙한 상태로 자동 작동한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조차 온전하게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사정없이 비틀어 마구 쓰는 이 세태로 보건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향유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행할 수가 없다. 부모 혹은 양육자가 세운 잣대로 비난받고 질타당하고, 심지어는 학대까지 당해온 경험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감염되어 있다. 그것을 다음 세대한테 고스란히 전염시키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받은 대로 행할 뿐이다. 심리 용어로는 내사(introjection)라고 한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언제 아름다운가’라는 시에서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 / 사람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라고 했다. 육체가 주어져 있는 이 삶은 자신만의 견고한 껍질을 벗겨 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름다운 삶은 익숙함을 벗고자 하는 자신만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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