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6월04일19시15분( Thursday ) Sing up Log in
IMG-LOGO

[금요수필]어깨를 끼고 달리면 편하다

조윤수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3월 25일 14시47분
IMG
매일 길을 나서 보면 언제나 많은 사람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무엇 하는 사람들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두 바쁜 표정으로 누구보다 빨리 가려고만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남보다 앞서가서 선두에 서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 길을 나서면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일찍 도착해야 할 그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먼저 도착한 사람이 행복을 모두 차지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뒤에 처져 있는데 혼자 외로이 달려서 잡은 결과가 행복일까. 해마다 되새겨지는 이야기가 있다. 내 인생의 지평을 더 넓게 펼쳐주었던 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이야기는 어느 역인지 모르지만, 또 이 경우에 정확한 역의 이름은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햇살이 뜨거운 여름 길을 땀을 훔치면서. Y 씨와 몇 사람의 동행자가 역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자.

“찌는 듯한 먼지투성이의 길은 시가지 가운데까지 계속되었다. 시간을 재촉하면서 걷는 듯해서, 가끔 시계를 보는 사람도 있다. ‘자, 앞으로 3분밖에 없다.’ 그래도 모두는 각별히 초조해 보이는 모습은 아니고, 조금 보폭이 커지고 속도도 빨라진 정도였다. 드디어 역의 구내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어떤 다른 사람이 ‘열차가 들어왔다.’라고 해서 몇 사람이 함께 어깨를 끼고 달렸다. 역 머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이상한 광경으로 보이지 않았을 리 없다.”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버스나 기차 시간에 늦어진다고 했을 때, 달려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이럴 때 모두 어깨를 끼고 달린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달린 끝에 시간에 맞추었는지 어떠했는지는 들은 바 없지만, Y 씨는 ‘어깨를 끼고 달린 쪽이 편하고 빠르네요.’라고 말한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는, 이런 때, 얼른 자기 나름으로 달려버린다.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해서 시간에 맞추었지만, 발이 늦은 사람 때문에 모처럼 달려온 자신까지도 늦게 되는 경우가 있다.

먼저 도착했다 해도, 나중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것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속에서의 실생활 그 자체이지 않을까. 내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 것은 이럴 경우에 ‘어깨를 끼고 달리면서 편하고 빠르다.’ 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깨를 끼고도 달리면 편하고 빠르다’라고 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대체 무엇을 향해서 ‘빠르다’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들 인류는 21세기를 어떠한 시대로 맞아들여, 무엇을 행해 걸어가고 있는 것인가. 목적도 수단도 잘못 취하고 있는 착오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시작도, 도정도 가야 할 곳도 ‘사이좋음 한줄기’, 자연과 인간 사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편하고 간단한 길을 다음 대의 아이들에게 남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나라 안에서, 아니 온 인류가 유일무이한 ‘행복의 열차’에 모두 타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해의 마지막 행사 때마다, 0시를 통과하는 의례가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같이 내 마음에도 새 태양이 밝아오지 않는다면 새날은 오지 않으리라. 묵은해와 새해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어떤 틈도 없건만 마치 새 세상이 확 다가올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혼자 빨리 달리다가 넘어져서 발을 다치고 말았다. 누군가하고 사이좋게 같이 팔짱이라도 끼고 걸었다면 다치지는 않았겠지, 같이 가야 할 사람을 어차피 기다려야 한다면 그렇게 혼자 서두러 갈 필요도 없었다. 이 겨울 마른 풀덤불에 길게 누워서 아직도 오지 않은 사람을 새봄을 기다리듯 기다려야 하나 보다. 꽃피는 사월이 되어 부산 가는 ‘희망의 열차’를 타러 가자고 할 사람이 오면 나도 ‘어깨를 끼고 달리자’라고 말해볼거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