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이 재앙의 시작이 될 줄 몰랐죠.” 김은성(40?가명)씨는 최근 의심 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인들이게 자신의 번호로 택배 확인문자 수 십 통이 보내져서다. 본의 아니게 택배회사 직원이 된 그는 지인들에게 해명문자를 보내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그는 지난달 말 우체국으로부터 ‘택배 확인 부탁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무 의심 없이 메시지와 함께 온 인터넷 주소(URL)를 누른 그는 안내에 따라 개인정보까지 입력했다. ‘택배를 시켰던가?’ 문자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할 때 쯤, 그는 지인들로부터 ‘무슨 택배요?’ 등 알 수 없는 문자를 받기 시작했다. ‘문자를 잘 못 보낸 것 같다’는 답장을 위해 메시지함에 들어간 순간 그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 십 명의 지인에게 “OO택배 확인 부탁한다”는 내용과 URL이 적힌 메시지가 보내졌기 때문.

그제야 우체국택배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 그는 스미싱피해 해결을 위해 뜬 눈으로 날을 지세야 했다. 김씨는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개인정보가 도용돼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정리해야 했다”면서 “문자를 받은 지인들도 같은 피해를 입을까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우체국 택배 등을 사칭한 문자가 ‘스미싱’시장에 발을 내밀었다. 의심 없이 누른 URL에 개인정보 도용은 물론 금전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미싱 탐지 건수는 17만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건 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메신저 등을 이용한 피싱범죄로 경찰 신고가 이뤄진 스미싱 피해액 규모만 해도 200억원이 넘는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융?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범죄수법 중 하나다. 문자메시지와 함께 온 URL을 통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깔아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미싱 범죄가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어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SNS를 통해 “우체국에서는 절대로 택배 확인 문자와 함게 링크를 보내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우체국택배 확인부탁합니다’는 내용의 신종 스미싱 문자가 확산돼서다.

스미싱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불분명한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실수로 접속 했더라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은 설치하면 안된다. 이미 앱을 설치했다면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서 공인인증서를 폐기해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우체국 등 택배를 사칭한 신종 스미싱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링크를 눌러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기관 콜센터나 118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