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문화유산도 병치레를 한다
③철제유물의 질병에 관한 현상과 보존 방법

2월 말부터 전국의 150여개 영화관에서 『철의 여인』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평범한 식료품 가게 집 딸로 태어나 영국 보수당 최초의 여성당수를 거쳐 1979년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된 마거릿 대처의 전기를 담은 것이다. 그녀는 당시의 영국이 전쟁에 참여할 경제적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침공하자 즉각 파병하여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그 해역의 대륙붕에 매장된 석유와 전진기지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으로 철저히 반공주의를 추구하였고, 그로 인해 소련으로부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철의 여인’이란 ‘강한 의지를 가진 여인’을 뜻한다. 그 당시 만 해도 여성이 나라를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만큼의 단호함과 결단력과 의지력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도 마거릿 대처와 같은 ‘철의 여인’인 명성황후가 있었다.

세계의 역사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금속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원전 2400년 즈음은 메소포타미아의 바벨론이 ‘황금의 제국’으로 유명하였고, 기원전 539년에 ‘은의 제국’ 페르시아가 ‘황금의 제국’인 바벨론을 무너뜨렸다. 다시 ‘청동의 제국’인 그리스가 페르시아의 ‘은의 제국’을 무너뜨렸고 ‘철의 제국’인 로마가 유프라테스, 다뉴브, 라인강을 향해 진군하면서 금 - 은 - 놋의 우상들을 줄줄이 깨 부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로마를 보면서 “철을 지배하면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말을 만들게 되었다. ‘지지 않는 태양’이던 로마는 동서로 분열되면서 강철 같던 결속력에도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세계의역사, 금속의발견과함께해
철지배하면세상지배한다는말실감
나라세우는데도중요한힘의요소

우리나라에서 철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위만조선이다. 위만은 기원전 3세기말 2세기 초, 연(燕)나라에서 고조선으로 망명한 자로, 당시의 고조선의 준왕(準王)으로부터 큰 신임을 얻어 서쪽 변경을 수비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세력을 키워 준왕을 내쫒고 정권을 차지하여 나라를 ‘위만조선’이라고 하였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조선의 청동기문화보다 발달한 철기문화를 기반으로 하기 시작하였던 때문이었으리라. 그야말로 철이 청동을 내리 찍었고 뚫은 것이다.

이렇게 한 나라를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힘의 요소였던 철에게도 질병은 찾아온다. 철제유물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질병은 ‘부식’이며 그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염기(소금기)를 가진 수분이다. 이 질병은 염기를 가진 수분이 철제유물의 몸에 닿아 곪도록 하면서 시작하는데, 철덩이까지로 전개되는 ‘향수병’을 앓게 되어 유물의 모습을 잃게 된다.

철제유물은 땅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환경 속에서 일정한 속도로 부식이 진행된다.(사진 1) 더욱이 발굴 후,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 부식의 속도는 급속히 진행되어 처음 발굴 상태보다 심하여져 손으로 만지면 부슬부슬 부서지는 상태로까지 진행된다.

철제유물‘부식’이라는질병찾아와
염기가진수분가장큰원인
원인확인하는예비조사필수
복원과정철저히기록해남겨놓아야

철제유물의 질병 치료는 다음과 같이 한다. 먼저, 우리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오셨나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등을 묻듯이 철제유물에 왜 이러한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예비조사 단계이다. 예비조사는 고고학적이고 미술사적인 형식 분류와 자연과학적인 보존처리 방안을 설정하기 위하여 부식의 정도와 손상여부·유기물질이 붙어있는지 아닌지 등을 조사한다. 또한 철제유물의 바탕금속의 성분 및 상감기법 등, 다른 금속의 사용 여부를 분석하는 X선 형광분석을 실시하고, 내부구조 및 제조기법, 결합부분 등을 조사하기 위해 X선 및 감마선(사진 2), CT Scanner 등을 찍는다. 두 번째로 세척을 한다. 세척을 할 때는 주로 부드러운 붓을 사용한 건식세척(사진 3)을 하고, 이물질이 끼어 있을 때는 증류수를 이용한 습식세척을 한다. 세 번째로 부풀어 오른 부식 및 녹제거는 에어브러시브(Air- Brasive : 사진 4), 보존처리용 칼, 바늘 등으로 조심스럽게 걷어낸다. 네 번째로 탈염과정이다. 오랫동안 지하에 매장되어 있으면서 염분을 가진 습기가 지속적으로 이 철제유물에 전해졌기 때문에 증류수에 소디움 옥사이드(Sodium Hydroxide)라는 약제를 섞어 유물을 담가 놓아 염화물이 녹아 나오도록 한다. 다섯 번째로 건조를 한다. 앞 단계의 수분이 철제유물 조직 사이로 침투된 상태이기 때문에 알콜을 이용하여 유물의 수분을 밀어내고 남아있는 습기를 건조기에 건조 시킨다. 여섯 번째로 경화처리를 한다. 이 단계는 철제유물을 손상시키는 염분을 빼내어 안정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외부의 불순물이 다시 이 유물에 닿지 못하도록 합성수지를 이용하여 보호막을 형성해 준다. 일곱 번째는 접합 및 복원 단계이다. 깨지거나 떨어진 부분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붙이거나 없어진 부분을 성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새로 접합한 부분이나 복원한 부분을 원래 철제유물과 비슷하게 색칠하여 준다. 그리고 전시장에 나가서 제 모습을 뽐내기 전까지는 산소와 습기, 다른 유해적인 요소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에스칼필름(Escal Film)으로 진공 포장하여 보존한다.(사진 5) 이렇게 보존처리 한 후 상대습도 45～55％, 온도 18～23℃의 적정한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철저히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한다.

철이 아무리 단단해도 영원히 단단할 수 없고 염기를 가진 수분에 의해 다치고 망가지는 것처럼,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도 단호하고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아 그러한 별명이 붙었지만, 1982년 28세의 아들 마크가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실종된 뒤 구조됐을 때 눈물을 보였다. 여인이고 어머니였다. 주변에 철의 인간이라고 불리울 만 한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는가? 그에게도 눈물이 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 사는 것이 좀 자유하지 않을까?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문화재 아웃리치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