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주 한옥마을 '초정(草庭)‘ 한 칸을 작가들에게 내놓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한전집 며느리 신유순여사, ’초정(草庭)‘ 밖 공간 3칸 중 한 곳 필요한 작가들에게 임대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01일 08시06분

“'초정(草庭)‘의 밖 한 칸 공간을 작가들에게 내놓습니다. 나머지 2칸은 저의 작품 소개 공간입니다. 비록 크지는 않지만 작가들과 나누고 공유하고 싶어 이 공간을 한 달에 한번씩 임대합니다”

신유순 씨는 전주시 향교길 88(교동 139번지) 전주 한옥마을 들꽃이 풀에 가득한 집 '초정(草庭)'의 대표자이며 화가이다.

이 집은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으로, 3대째 거주하고 있는 가옥으로 학인당의 막내딸이 시집온 곳이다. 그 남편(시아버지)이 고창출신으로 한전에 다닌 까닭에 '한전집'으로 통한다.

"나는 원래 순창에서 살다가 시집오면서 한옥마을에 오게 됐지. 40여 년 정도 여기서 살고 있어. 지금 이 집은 3대째로 살고 있지. 처음 1대에 시어머니가 시집오면서 이 집에 사셨어. 시어머니는 학인당 막내딸이셨고. 그리고 내가 시집 와서 살고 있고, 우리 아들, 딸이 지금 나랑 같이 살고 있어 이렇게 3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거야“

이곳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며, 신대표가 직접 숙박 예약을 받고, 차와 직접 담근 효소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남편이 한전에 다닌 까닭에 '한전집'으로 통한다.

작가는 1달에 6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한 칸을 내놓을 방침으로 최근들어 페인트 작업을 했다.

우선, 지난달 이 공간은 박천복 작가의 공간으로 꾸렸다. 이어 명안나, 차유림, 김홍준, 강승완 등 작가들에게 잇따라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은 그에게 예술을 가르친 스승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임대를 원할 땐 대여한다고 말했다.

'초정(草庭)'이라는 뜻이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내 호여. 전에 전주향교 김승방선생에게 붓글씨를 배울 때, 선생이 지어주셨어. 내 호를 가지고 집 이름을 짓고 싶기도 했거든. 풀 '초(草)'자에 '뜰(庭)'이라는 뜻이다. 우리집 뜰에 풀이 많다고 그렇게 지어 주셨지. 여기서는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어. 봄이 되면 정원에 야생화가 피고, 나무들이 있고, 또 가을이 되면 낙엽들이 지지. 겨울엔 또 눈이 내리면 하나의 그림처럼 보여”

앞마당에 야생화가 가득하고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80년이 넘은 가옥임을 한눈에 알게 한다

"주말엔 아침 식사로 차와 브런치를 해주고 있어. 모과차, 탱자차, 매실차, 양파효소 등을 직접 담궈 판매하고 있다. 숙박업뿐만 아니라 전주 모주 등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아"

신대표의 시어머니는 정말 많은 혼수를 해 왔다. 밥해주는 침모(針母)까지 딸려 보낸 가운데 반지르르하고 큼직한 오동나무 농이며, 이런 저런 가구며, 평생 입고 신을 버선과 토시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이집저집을 기웃거리며 지나다니다가 보면 담벼락 아래로 졸졸이 자리하고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장독대를 볼 수 있다. 민박을 하기 위해 대문을 열어 놓은 집이나 야트막한 담벼락 안으로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곳의 집안엔 주인마나님의 바지런한 손놀림으로 많이 닦아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곤 하다. 둥그런 허리를 부끄럼없이 내놓고 볕을 쬐는 항아리들이 줄을 서 있는데 발효의 세월을 마름질하고 있다.

신대표는 장독대를 정성껏 잘 간수해왔다. 신기루 같은 세상에서 장독대 만큼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고, 그 장독대를 통해 그녀의 지난 삶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굴뚝도 정겹지만, 장독대는 더 없이 돌아가신 외할머님을 만나는 듯 설렌다. 아래층의 장독대도 멋지만 윗층의 장독대는 문양으로 보아하니 아주 오래됐다.

"윗층의 6개는 아주 모양이 크며, 수화문 등 다채로운 모양으로 꾸며져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시어머님이 물려준 것이라서 잘 잔직하고 있지만 실수로 몇 개를 깨먹었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이곳의 장독대는 안마당에 나지막하게 돌을 쌓고, 주위에 갖가지 화초를 심어 고행에 온 느낌이다. 독을 가지런하고 균형 있게 놓아 그 매무새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에 집안의 바지런한 가풍을 너끈하게 읽힌다.

집 옆 밖엔 구멍 가게를 차렸다. 이 가운데 2칸은 자신이 손수 그린 작품을 걸었다. 국립전주박물관 등에 나가 배운 솜씨를 뽐내고 있다.

"그림 그리는 거나, 도자기를 만드는 건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에요?"

"한 20 여년 전부터 시작했나, 그랬지. 그림은 항상 내 머릿속에 있었어. 원래 꿈이 그거 였으니까. 고등학교 때, 미대를 가려고 했었는데, 못갔어. 그때 그 꿈을 지금까지 못 버린거지. 고등학교 때 샀었던 아크릴 물감을 아직도 갖고 있어. 다 말라서 쓸 수 없는 거지만, 그림에 대한 그 꿈을 버리지 못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어.

내가 만든 도자기들은 밖에 등으로 설치해 놨어. 그린 그림들은 각 방에 걸어왔지. 내 작은 갤러리야(웃음). 내가 맘에 들 때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정말 작품이라고 생각될 때 그림에 사인을 하고 걸어둬. 그냥 취미 삼아서 하는 거 말고 정말 내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을 하거든.

"대표님께서 그린 그림들이랑 도자기 등 보니까 정말 작품이에요. 이런 취미 생활도 하시고, 민박도 같이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혹시 대표님의 꿈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꿈? 내 개인전 하는 게 꿈이야. 그림이랑 도자기랑 같이 해서 개인전을 꼭 한번 갖고 싶어. 작품들을 만든다고 생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거든. 그런 내 작품들을 갖고 개인전을 하는 게 가장 큰 꿈이지"/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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