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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가을, 인생의 후반기를 닮은 계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03일 15시43분

가을은 유독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여름의 뜨거움이 지나고, 겨울의 고요가 오기 전, 잠시 머무는 이 계절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멈춰 세운다.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은 붉게 타오르듯 변하며, 하늘은 높고 깊어진다. 이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덧없음과 숙연함이 스며 있다. 그래서일까. 가을을 바라보면 문득 인생의 후반기가 겹쳐 보인다. 청춘의 열기가 잦아든 뒤, 비로소 삶의 무게와 의미를 느끼는 그 시기 말이다.

봄이 시작과 희망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결실과 성찰의 계절이다.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다. 오히려 내년의 새싹을 위해 자신을 비우는 과정이다. 인생 또한 그렇다. 젊은 날에는 무엇이든 움켜쥐려 했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면 내려놓음의 가치를 배운다. 명예나 재산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이며, 경쟁보다 관계의 온기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욕심을 덜어낼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삶의 색은 더욱 깊어진다. 마치 낙엽이 떨어져야만 숲의 향기가 완성되듯, 내려놓음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향기를 발견한다.

가을의 바람은 여름의 바람과 다르다. 뜨겁게 몰아붙이는 대신,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것은 마치 인생 후반기의 사람이 내뿜는 공기와도 같다. 젊은 시절의 속도와 경쟁 대신, 이제는 여유와 배려로 주변을 감싼다. 경험이 만들어낸 깊은 향기, 그것이 인생의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젊음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해질녘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젊은 날의 열정이 모두 사라진 듯 보여도, 그 속에는 세월이 만든 색이 있다. 한때는 푸르고 거칠었던 마음이 이제는 따뜻하고 단단하게 변했다. 그 노을빛처럼, 인생의 후반기 또한 뜨겁게 타오르기보다 고요히 빛나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완성이다.

가을은 ‘마지막’이 아니라 ‘준비’의 계절이다. 겨울의 침묵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성숙의 시간이다. 인생의 후반기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흘러 몸은 예전 같지 않아도,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그 안에는 젊은 날의 시행착오, 사랑과 상처, 기쁨과 눈물이 모두 녹아 있다. 그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향기를 만들고, 그 향기는 세상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는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살아왔고, 이제는 천천히 아름답게 물들어가라.” 인생의 후반기는 단풍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소리 없이 완숙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가을의 한중턱에서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노을빛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인생의 결실일 것이다.

/정금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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