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따뜻한 한가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9일 16시46분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다. 한가위는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온 전통이자 삶의 지혜가 담긴 시간이다. 농경 사회에서는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며 온 마을이 기쁨을 나누던 날이었고, 도시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족과 이웃을 잇는 소중한 계기다. 하지만 요즘의 명절 풍경은 예전과 달라졌다. 끝없는 귀성 행렬로 인한 교통 체증,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부담, 세대 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갈등은 명절을 반갑기보다 피곤한 날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한가위는 전통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우리 삶에 맞는 새로운 지혜로 따뜻하게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대화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을 때, 성과를 비교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은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 지내고 있니?”, “건강은 괜찮니?”라는 짧은 질문이 가족을 웃게 하고, “수고 많았다”는 한마디가 지난 시간의 고단함을 덜어준다. 가족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기 때문에 가족이다. 명절은 그런 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둘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할 때 한가위는 더욱 빛난다. 추석이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으로 불리던 것은, 풍성한 수확을 함께 나누던 공동체적 정신 때문이다. 지금은 농경 사회가 아니더라도, 나눔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홀로 지내는 이웃에게 송편 몇 개를 건네거나, 떨어져 지내는 친지에게 짧은 안부 전화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따뜻해진다. 나눔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이때 한가위는 단순한 가족의 명절을 넘어 사회 전체를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셋째, 한가위는 쉼과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명절을 준비하느라 지치고, 정작 당사자들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명절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한가위의 본래 의미를 깨닫는다. 보름달은 언제나 충만함과 평온을 상징한다. 그 앞에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한층 단단해진다. 쉼 속에서 얻은 성찰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길러준다.

결국 한가위는 달력 속 기념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따뜻한 대화는 가족을 잇고, 작은 나눔은 이웃을 잇는다. 그리고 깊은 쉼은 나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시킨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가위는 풍성한 명절로 완성된다.

이번 명절, 우리의 가정마다 기쁨과 평안이 함께하길, 그리고 사회 전체에 따뜻한 공동체의 기억이 오랫동안 남기를 바란다. 한가위가 단순히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금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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