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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논 타작물 재배, 성공의 핵심은 ‘땅속배수기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9일 15시46분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농업 현장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는 쌀 수급 안정화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 타작목 전환을 지원 중이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쌀 생산 중심의 식량산업 구조를 개혁하여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발전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담수환경에 적합하도록 발달한 논 토양은 높은 수분 보유력과 물을 지하로 보내는 배수·투수성이 낮은 특성을 가진다. 반면, 밭작물은 토양 내 원활한 배수와 충분한 산소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토양 특성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논밭 전환의 핵심 과제다.

그렇다면, 논 토양을 밭작물이 풍성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흙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바로 '배수기술'이라는 열쇠가 있다. 밭작물에 적합한 토양 수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농경지 특성에 맞는 배수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수기술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과도한 지표면의 물을 논 밖으로 신속히 빼내어 토양 과습을 방지하는 ‘명거배수’와 토양 내 과잉수분을 지하로 빠르게 보내어 배수관을 통해 논 밖으로 내보내는 ‘땅속배수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물에 민감한 밭작물을 논 토양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조건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땅속배수는 토양 내 과잉수분을 제거하는데 효율적이지만, 기존의 굴착식 방법으로 설치할 경우 과도한 설치비로 인하여 농경지에 적용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무굴착 땅속배수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땅을 따로 파지 않고, 배수관과 함께 모래, 자갈, 왕겨 등 소수재를 동시에 땅속에 매설해 과잉 수분을 효과적으로 빼내는 방식으로, 논 토양의 과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무굴착 땅속배수도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작물의 생육 환경을 안정화하고 수량 향상에 기여하여, 초기 투자비용의 회수와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땅속배수와 지하수위 조절기를 동시에 설치하면 논과 밭의 전환이 보다 유연해져 농경지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무굴착 땅속배수기술의 현장 연구를 지속하며, 다양한 밭작물에 대한 확대 적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논을 비옥한 밭작물 재배지로 전환시켜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농지의 물 빠짐 개선으로 적기에 병해충 방제가 가능해지면 작물 생산성과 함께 농작물의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논 타작물 재배 확대는 벼 중심의 식량산업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그 중심에는 무굴착 땅속배수기술과 같은 혁신적인 배수관리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보급,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여기에 농업인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진다면 우리 농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벼 재배 일변도였던 수많은 논들이 이제는 콩, 옥수수, 밀, 조사료 등 국민에게 필요한 다양한 밭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나는 새로운 곡창지대로 거듭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 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식량 자급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국립식량과학원 스마트생산기술과 농업연구관 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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