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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삼사일언(三思一言)의 교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22일 14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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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인데도 ‘침묵’이 과연 ‘금’이라고 믿고 따라도 괜찮을까. 침묵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무거운 입을 가지라는 말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래전에 어느 중앙일간지에서 본 미국의 명문 사립고 교장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기네 학교는 명문대학 진학률보다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덕목을 더 중시해서 교육한다는 기사였다. 첫째는 정직성을, 둘째는 명확한 자기표현 방법을, 그리고 세 번째는 상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기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했다. 누구나 알고는 있으나, 실천하기까지는 상당한 수련이 필요한 덕목이다. 요약해보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인 ‘정직과 소통’을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얘기이다.

유교의 경전 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언패이출자 역패이입(言悖而出者 亦悖而入)’이란 구절이 있는데, 해석을 해보면 ‘거슬리는 말을 남에게 하면, 역시 거슬린 말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는 우리 속담과도 상통하는 말이다.

감정(마음)을 표현하는 말(언어)은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배려 깊은 고운 말은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나. 반대로 생각 없이 함부로 뱉은 부주의한 거친 말투는 자기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 번 이상을 생각한 뒤에 숙고해서 말을 하라고 한.(삼사일언-三思一言)’ 것은 그만큼 신중히 하라는 뜻이었을 게다. 생각은 말을 낳고, 말과 행동은 인격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잘못 나간 말로 인해 큰 화를 입거나 때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칼’에 베인 상처는 약물이나 의사가 낫게 할 수 있으나, ‘말’로 인해 받은 마음에 상처는 뇌리에 평생동안 잠재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짓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을 멸시하거나, 싫어하는 상대를 개념 없이 짓밟는 뒷담화 행위다.

6월 초에 있었던 21대 대선 경쟁에서 말초 신경을 건드리는 비방으로 진영 간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광경을 시청하면서 미간(眉間)은 펴지질 않았었다. 미국의 도널드 존 트럼프와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맞붙은 2016년 대선(45대)은 우리의 6·3선거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정책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선을 넘나드는 인신공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도록 주고받다가 막판에는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담긴 비디오까지 폭로되었다. 힐러리는 맹공을 퍼부었고, 트럼프는 방어에 급급했던 수준 이하의 토론에 시청자들은 식상을 해서 아예 티비를 꺼버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중소기업 영업부장이자 평범한 시민이었던 칼 베커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가 “단 한 가지라도 상대 후보를 칭찬해주기를 바라는 주문을 했을 때, 유권자들은 두 후보가 서로를 칭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되었다. 힐러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하고 헌신적인 트럼프 자녀들”을 칭찬했고, 트럼프는 “주어진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힐러리의 투사 기질을 매우 존중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언론은 질문자 칼 베커를 이날의 승자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도 이런 성숙한 티비 토론을 볼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리라 기대해 본다.

오랜 세월 동안 젖어 있는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조심하거나, 몸에 밴 버릇을 행하는 횟수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살아온 지금까지의 습관과 언행에서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을까 하고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도 남은 인생을 잘 꾸려가는 방법 중의 하나다. 내가 하는 언행 모두가 곧 나를 표현하는 바로미터(barometer)라는 것을 새겨두자. /김형중(에세이스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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