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5월30일 16:24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월요아침]전주이씨 시조묘 건지산에 쇠말뚝을 박다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1일 14시07분

IMG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王都)였고, 조선왕조의 근본지지(根本之地)다. 우리나라에서 한 도시가 왕도였고, 왕조의 본향 도시는 전주가 유일하다. 전주는 가벼운 도시가 아니라 유서깊은 왕의 도시이다. 역사 기록에 전주사람들은 의관을 갖춘 걸음걸이에 품격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조선왕조의 별칭이 이씨조선, 이씨왕조(李氏王朝)다. 이러한 호칭은 조선왕조 5백년간 전주이씨들이 왕위를 세습 계승해왔기에 붙여졌다. 한국역사에서 한 가문이 가장 오랫동안 왕조를 세습한 가문은 전주이씨가 유일하다. 전주이씨는 한국 최고의 문벌지족이었다. 실제 전주이씨는 조선시대 가장 많은 과거급제자를 배출한 가문이다. 따라서 전주에서 전주이씨 가문유적은 자랑스러운 역사유적으로 잘 보존 관리되고 가꾸어져야 하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전주시는 조선시대 왕조유적의 보존 활용은 커녕 훼손 방치하고 있다.

전주시의 전주이씨 왕조유적은 조경묘, 조경단, 경기전, 이목대, 오목대가 대표적이다. 조경묘(肇慶廟)는 전주이씨의 시조 이한(李瀚)의 사당이다. 이한은 통일신라말 사공을 지냈으며 태종 무열왕의 10세 손 김은의 딸과 혼인한 인물이다. 조경묘는 1771년(영조47)에 건축하였으며,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6호로 지정되었다. 조경단(肇慶壇)은 전주이씨 시조 이한의 시조묘가 위치하는 묘역으로 건지산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조경단은 1899년 광무 3년에 고종황제가 이한의 묘역에 비를 세우고 담장을 둘러 성역화하였다. 그렇다면 건지산은 전주이씨의 선산 격이다. 고종황제는 건지산에 전주이씨 시조묘역을 정하고, 건지산을 왕실의 땅으로 입산을 금지하는 창덕궁 금표(昌德宮禁標)를 설치하였다. 조경단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었다. 경기전(慶基殿)은 조선왕조의 창업유적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해 놓은 어진전이다. 경기전은 1410년(태종10)에 세웠으며, 1991년에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이목대(李穆臺)와 오목대(娛穆臺)는 태조 이성계의 4대조 목조(穆祖) 이안사의 생애유적지이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발상지이다.

조경묘, 조경단, 경기전은 전주가 조선왕조의 뿌리(근본)라는 경사스러운 조선왕조의 창업유적이요, 전주이씨 가문유적이다. 전주의 품격을 홍보, 선양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콘텐츠는 없다. 전주시는 조경묘, 조경단, 경기전, 이목대, 오목대을 묶어서 조선왕조의 창업유적으로 국가유산청에 사적(史蹟)으로 지정 신청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히려 방치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전주시는 전주이씨의 선산 격인 건지산에 테크(deck)시설을 하면서 수백여개의 대형 나사쇠말뚝을 박았다. 테크 시설은 나사쇠말뚝을 땅에 박고 철재빔을 고정시켜 만든다. 건지산은 편백나무숲의 명성으로 전주시민들이 건강관리를 위하여 찾는 명산인데, 편백나무 숲속에 동서남북으로 데크시설이 뒤덮을 정도로 설치공사를 하였다. 최근 건지산 편백나무숲 맨발걷기로 많은 전주시민들이 찾아오는데, 건지산이 데크 시설로 뒤덮혔다. 참으로 꼴불견이다. 이는 명백한 자연환경훼손 행위인데, 더 심각한 사태는 전주이씨 시조묘 묘역이 위치한 건지산에 나사쇠말뚝을 박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에게 쇠말뚝은 섬뜩한 기억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민족정기를 말살한다고 명산대천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었었다.

그런데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전주이씨 시조묘가 위치하는 건지산에 쇠말뚝을 박은 것은 소름끼치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건지산은 전주의 진산(鎭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전주의 진산과 전주이씨 시조묘역인 건지산에 쇠말뚝을 박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전주시는 무장애나눔길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건지산을 탐욕의 제물로 삼은 거나 다름없다. 전주시는 건지산을 뒤덮은 쓸모없는 테크시설을 당장 철거하고, 대형 나사쇠말뚝을 뽑아내야 한다. 전주시의 건지산 데크시설은 천박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조선왕조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며, 전주이씨 가문의 명성에 먹칠하는 것으로 즉각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전주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왕조유적을 훼손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순과 기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포크레인으로 땅과 산을 파헤치는 토목개발방식은 전근대적이다. 전주브랜드는 왕도 왕조 유적의 활용이 최상의 전략이다. 왕실 소유의 건지산에 데크 설치는 전주시의 왕의 궁원 프로젝트가 허상이란 점을 입증해줬다. 조선왕조 창업유적을 전주시 브랜드사업으로 활용하고, 전주를 ‘품격있는 왕도 왕조의 도시’로 가꾸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카카오톡 로그인을 통해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