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같은 결정, 다른 해석"… 새만금신항 ‘원포트’ 지정에 군산·김제 정면충돌

군산 “통합항만 통한 항만 발전”
김제 “새만금 독립항만 지위 확보”
관할권·정치 쟁점화… 김관영 도지사 책임론도 부상

기사 작성: 백용규 - 2025년 05월 06일 11시10분

지난 5월 2일 해양수산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가 새만금신항을 ‘원포트(One-Port)’ 체계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하면서, 군산시와 김제시가 이 결정을 두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으며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군산시는 이를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한 항만체계 구축의 결실로 받아들이며 환영했다.

군산시는 “해수부가 새만금신항을 원포트로 지정해야 한다는 군산시의 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군산항의 제2 도약과 전북 해양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군산시에 따르면, 새만금신항은 그간 군산항의 수심 저하 문제를 보완하고 대형선박(5만 톤급 이상)이 접안 가능한 기반 시설 확보를 위한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특히 새만금신항이 군산시 옥도면 두리도 인근 해역에 위치하고, 군산 해양 관할구역 내에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산항의 외해 확장이라는 점에서 항만 연계성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이번 결정을 통해 향후 항만기본계획을 통합적으로 수립하고, 항만 기능 재조정 및 시설 수요 예측의 정합성 확보로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특화전략을 통해 신규 물동량 유치 등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군산시의회는 “이번 결정은 군산시민 모두의 승리이며, 전북 해양정책이 통합과 효율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새롭게 도약하는 첫걸음”이라며 “새만금신항의 성공적인 미래와 군산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시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 김제시, “새만금항은 김제 주도 독립 항만”

반면 김제시는 “이번 결정은 새만금신항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항만으로서 군산항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확보한 것”이라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김제시는 “기존 ‘새만금신항’은 ‘새만금항 신항’으로 명칭 변경으로, 새로운 항만분류체계에 따라 ‘군산항’과 함께 광역항만인 ‘새만금항’ 소속으로 각각 국가관리무역항 지위를 부여받았다”며 “이는 두 항만이 별개의 계획과 기능을 가진 독립 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군산항’이 아닌 ‘새만금항’이 국가무역항 14곳 중 하나로 명시된 점에 주목하며 “전북특별자치도의 항만 정책 중심이 새만금으로 옮겨졌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주장했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정부가 새만금신항의 독립성과 본연의 기능을 인정한 것은 괄목할 성과”라며, “이는 김제시가 주도하고 있는 내측 개발과 항만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김제시는 이번 결정을 통해 스마트 수변도시, 새만금 동서도로, 산업단지 배후단지 개발 등과 연계를 강화하고, 새만금신항을 김제 중심의 환황해권 거점 항만으로 육성할 계획을 내다봤다.

▲ 불씨를 키운 김관영 도지사의 책임론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애매한 태도도 한몫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 도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에서 구성한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을 해양수산부에 공식적으로 제출하지 않아, 고향 군산 시민들로부터 “도정이 군산의 민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뒤늦게 해당 자문단 의견을 해수부에 제출했지만, 이번에는 김제 측으로부터 “도정이 애초부터 김제의 항만 비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발을 샀다.

결국 김 도지사의 모호한 대응은 양 지역 모두의 원망을 사는 결과로 이어져,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눈치만 살피다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새만금신항의 ‘원포트’ 결정은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시민 결집을 위한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군산시는 ‘시민의 염원 실현’을 강조하며 여론 결집에 나서고 있고, 김제시는 ‘관할권 우위와 독립 항만 개발’을 앞세워 자치권 강화와 김제 중심 항만 비전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수산부의 결정 이후에도 지자체 간 엇갈린 해석과 입장 차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명확한 후속 조치와 법적 기준 정립이 없으면 갈등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백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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