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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농부가 키운 동록 낀 사과는 단단하고 맛있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17일 12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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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지은이 공석진,펴낸 곳 수오서재)'는 브랜드에 담긴 고유한 이야기를 전한다.

“과일은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소비자는 동지가 될 수 없을까?” “내가 파는 것이 과일인가, 쓰레기인가?”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과일장수의 눈에 이상한 점들이 띄었다. 과일 맛이 아무리 좋아도 크기가 작거나, 껍질에 작은 점 하나만 있어도 B급이 되어 제값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못난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상식과 다른 업계의 관습과 관행이 이상하게만 보였다. 과일로 바라본 세상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특히 차별의 문제. 이 바닥 초짜였지만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지은이가 운영하는 ‘공씨아저씨네’는 과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사이트에 접속하니 지금이 딱 제철인 ‘천혜향’ 사진이 나타났다. 껍질 표면에 상처 자국이 있는 ‘못생긴’ 천혜향이다. 사진에는 가격표 대신 이런 문구가 붙었다. ‘이기철 농민 작(作)’과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로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다. “땅과 자연환경, 농민의 땀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일정한 크기와 모양의 ‘예쁜’ 과일을 생산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쁜 과일만 찾는다. 울퉁불퉁하거나 흠집 난 과일은 ‘B급’ ‘못난이’ ‘흠과’ 따위로 불리며 싼값에 팔린다.

‘외모 차별주의’가 판치는 과일 시장에서 공씨아저씨네는 과일을 차별 없이 판매한다. 몇 년 전에는 봄철 냉해로 장수의 농부가 키운 사과에 동록(사과 껍질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이 심했지만 판매를 강행했단다. 결과는 완판. 먹어본 사람은 안다. 동록 낀 사과는 단단하고 맛있다는 걸.

이 과일가게는 한 품목에 한 농민과 거래한다. 최고의 과일을 찾기보다는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농민을 찾는다. 예컨대 방울토마토는 충남 홍성 세아유 농장과 복숭아는 경북 청도 양영학 농부와 거래한다.

세아유의 임영택 농부는 2022년 농작업 중 낙상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공씨아저씨네는 다른 농장과 거래를 트지 않았다. 고인의 아내 김은애 농부의 토마토 농사가 본궤도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복숭아 역시 양영학 농부의 건강 악화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다른 농부를 찾지 않는단다.

지은이는 “방울토마토 주인은 여전히 세아유 농장”, “나에게 복숭아는 양영학”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회원들도 같은 생각일 터다. ‘농부를 안다’는 게 이렇게 무섭다. 과일이 단지 상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삶의 가치를 사업에 구현하며 ‘딸 때 따는 상식적인 과일가게’, ‘다름이 우열이 되지 않는 과일가게’, ‘환경을 생각하는 과일가게’ 등 여러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조금 특별하고 이상한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는 결국 입소문을 타고 단단한 팬층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회사가 꼭 확장해야만 할까요?”/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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