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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가상화폐의 빛과 그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2일 21시28분

가상화폐는 인터넷 사이트나 온라인 게임 등 사이버 공간에서 통용되는 화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찰의 의미로 ‘캐쉬’라고 부른다. 게임 머니 결재나 아이템 거래 등에 한정적으로 쓰였으나 그 영향력이 커지는 형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전용 결제 서비스는 물론, 예치하면 이자까지 불려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만들어낸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의 효시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디지털 통화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거래의 기록이 분산된 네트워크에서 관리되기에 중앙기관의 개입 없이도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그동안 논란도 많았다. 우선 제도권 화폐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또 가상화폐 투자 손실 역시 철저히 개인 책임이다. 국가가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돼 왔다. 가상화폐가 일상 거래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런 가운데 국가 법정화폐로 인정한 나라도 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의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고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의 급락에 따라 국가 재정도 흔들린다. 반대도 있었으나 은행이 부족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믿음에 대통령이 나서서 추진하고 있다.

가상화폐 보유 1위 국가는 미국이다. 가상화폐를 활성화하면 기축통화인 달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하나, 언젠가 가상화폐가 일반화되면 달러 대체로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비트코인을 미국 연준의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초기 비상식적 상승에 조정 국면을 거쳤다지만 여전히 강세이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의 입김도 작용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때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되팔았다는 의혹을 산 바 있는 그도 다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영화감독이 가상화폐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됐다는 소식이다. 칼 에릭 린시라는 감독이 넷플렉스에 TV 시리즈를 납품하기로 하고 받은 제작비 645억을 가상화폐 투자로 탕진한 혐의이다. 그런가 하면 2022년 북한의 해커들이 가상화폐를 훔쳐 돈세탁한 사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사법당국이 추적할 수 없도록 믹싱 서비스를 제공한 블록체인 토네이도 캐시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돈의 욕망은 동서고금,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다. 또 새로운 재화의 출현은 경제적 소외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재화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극복하냐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화폐라는 입장과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 가상화폐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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