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한벽당

“선조들의 문화와 풍류를 간직하고 있는 한벽당에서 힐링”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1일 14시44분

전주 한벽당(寒碧堂,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은 남원 광한루·무주 한풍루와 더불어 호남의 삼한(三寒)으로 불리우며, 매우 아름다운 전경을 이루고 있어서 전주 8경에 속한다.

이 정자는 월당 최담(月塘崔霮,1346~1434)이 1377년(우왕 3) 32세에 문과에 급제했으나 어머니를 봉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1404년(태종4)에 지은 별장 형태이나 문인들의 교유장소이기도 했다. 이에 아들 최덕지(崔德之, 1384∼1455)도 예문관직제학의 영예로운 자리에 제수되었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낙향하여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었으니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벽당의 처음 이름은 최담의 호를 따서 ‘월당루(月塘樓)’라 하였는데 이후 여러 차례 중수하면서 ‘한벽당’으로 바뀌었다. 이 ‘한벽’은 정자 앞에 옥처럼 맑은 물이 흘러 바윗돌에 부딪혀 벽옥한류(碧玉寒流) 같다 하여 붙여졌다고 하며, 면암 최익현(勉菴崔益鉉, 1833~1907) 이 지은 「한벽당중수기」에 쓰여진 “주자의 시에 ‘깎아 세운 푸른 모서리(削成蒼石稜) / 찬 못에 비쳐 푸르도다(倒影寒潭碧)’” 라는 구절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828년(순조 28) 중수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전체가 마루인 구조이다. 사방에 계자 난간을 둘러 조망을 좋게 하였다. 오래된 연륜만큼 정자에는 한벽당 현판과 편액, 기문·시판들이 많이 걸려 있으며, 바로 옆에는 근래에 복원한 요월대(邀月臺)가 자리하고 있다.

한벽당은 주로 낮에 사용하였는데, 이곳에서 전주천과 저 멀리 고덕산, 그리고 만경대를 감상하며 문인 및 시인 묵객들이 한시를 짓던 곳이다. 그리고 바로 옆 요월대는 저녁에 기린봉에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곳이기도 하였다. 즉 건물을 자세히 보면 한벽당은 남쪽으로 향하고, 요월대는 동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 시대 전주 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이 정자에는 비문, 암각서, 현판, 편액 등 많은 문화유산이 남아 있으며,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전주 문화의 산실로 불리우기도 한다.

비문으로는 ‘한벽당기적비’ ‘월당선생찬시비’, 암각서로는 ‘최월당한벽당(崔月塘寒碧堂)’‘심매경(尋梅逕)’, 현판으로는 ‘한벽당(寒碧堂, 행서)’‘한벽당(寒碧堂, 예서, 송성용)’‘한벽당(寒碧堂, 해서, 김예산)’‘요월대(邀月臺, 행서, 황욱)’, 편액으로는 ‘한벽당중수기’ 등 제영시 수십편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벽당과 연관된 여러 이야기도 전한다. 이 중에 조선 후기 명필 창암 이삼만(蒼巖李三晩, 1770~1845)과 부채 장수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전주에서 주로 활동하던 이삼만이 무더운 여름날 한벽당에서 쉬고 있는데 부채 장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한벽당에 올라와 장사가 안된다며 투덜거리다 솔솔 부는 바람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보니 부채에 온통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후 그것을 가지고 저자에 가니 손님들이 서로 사려고 해 다 팔았다는 이야기이다.

또 한편으로는 남원의 춘향이를 만나러 가는 이몽룡도 한벽당을 스쳐 갔다고 하고, 정약용의 제자였던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가 1815년에 서울을 가다 들러 등한벽당(登寒碧堂)이라는 시를 남겼으며, 1925년 육당 최남선(六堂崔南善, 1890~1957)은 《심춘순례》에서 “향교 앞으로, 창암 이삼만 처사의 집터를 대숲 가운데 돌아가 보면서, 막다른 산기슭에 석벽을 누르고 서 있는 한벽당으로 올라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한벽당은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 동안의 역사를 견뎌냈고,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문화유산을 우리의 자산으로 남겨 놓고 있으니, 한옥마을과 연결된 이 정자 일대를 찾아 시인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던 그 자리에서 우리도 또 다른 멋진 시와 문장을 남겨봄은 어떠할지? 또한 전주8경 명성에 걸맞게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한벽당, 이곳에 들러 옛 선조들처럼 풍류를 즐기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권유드려 본다. /이승연(철학박사,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전문위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한벽당

양영두 흥사단 흥민통 상임대표 등 국립 4.19민주묘지 흥사단 단체 참배

[월요아침]취생몽사(醉生夢死)

[사설] "담배 제조사, 사회적 책임 다하라"

[사설] 부안에 제주밭담 조성은 잘한 일

[온누리]지도 전쟁

[사설]새만금 해수 유통 목소리, 귀담아 들어야

[사설] ‘공공의대법’ 조속히 통과해야

[경제]전북중기청-전북TP‘중소기업기술혁신협의회 워크숍’성료

[온누리]이니셔티브와 K이니셔티브

[삶의 향기]청년과 함께 ‘별의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캠퍼스텃밭에 모종 심는 시민들

새만금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노인대학 입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