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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재이야기]추사의 붓끝에서 빛난 효행,“김복규·김기종 효자정려비 및 정판”

“부자(父子)의 대를 이은 효행은 철종의 명에 의한 효자정려비로 기려지고, 한국의 최고명필 추사의 붓끝에서 예술로 재탄생하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5월 11일 13시48분

/이승연(서예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임실군 임실읍 정월리에는 조선말에 건립된 2기의 정려비와 정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부자의 효행을 함께 칭송받아 국가로부터 하사받은 ‘김복규·김기종 효자정려비 및 정판(전북 유형문화재 144호)’으로, 1855년(철종 6)에 이조참판 서유훈이 왕의 명을 받들어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정려각은 전주에 세운 것이었으나 전주시의 도시 개발로 인하여 후손들이 1981년 이곳으로 이전하고 사당을 지어 '효충서원'이라 칭하였다.

이 정려각 앞에는 '효충서원사적비‘가 서있고, 정려각에는 현판 3점과 비석 2기가 있다. 현판으로는 정려각 입구 상단에 가로로 ‘효덕연경지각(孝德衍慶之閣, 효행의 덕으로 경사스러움이 넘친다.)’이라고 쓴 예서 현판이 걸려 있고, 비각 내부 가운데에는 세로로 ‘양세정효각(兩世旌孝閣, 2대에 걸친 효자각)’ 이라고 쓴 예서 편액이 걸려 있으며, 해서로 쓴 ‘김복규지려(金福奎之閭) 정판’이 있다. 비문으로는 ‘조선효자 증참판 김공복규 정려비(朝鮮孝子贈參判金公福奎旌閭碑)’와 ‘조선효자 증교관 김공기종 정려비(朝鮮孝子贈敎官金公箕鍾旌閭碑)’ 2기가 낮은 사각받침돌 위로 비신을 세운 간결한 모습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들 현판과 비문의 글씨는 추사 김정희(秋史金正喜, 1786~1856)가 말년에 쓴 묵적으로도 유명하다.

이 정려각이 철종의 명으로 세워지고, 당대 최고의 명필인 추사의 친서로 쓰여졌음은 당대에도 매우 높게 칭송받았던 효행이 였음을 알 수 있다. 김해김씨 집안과 추사와의 인연은 상월리에 있는 김기종 제각의 ‘귀로재(歸老齋)’ 편액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이는 김기종의 아들 김영곤이 1855년 양세효자비문을 받으면서 함께 받은 것으로, 귀로재의 상량문을 보면 건립 연대가 1859년 기미(己未)로, 추사가 타계한 후 3년 되는 해이기 때문에 미리 받아놓았던 것을 후에 새겨서 걸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귀로재’ 편액은 추사의 전형적인 예서체의 조형성을 뚜렷이 보이는 있으며, 험경(險勁)한 추사체의 필치가 잘 나타난 고예풍의 글씨로, 추사작품중에서도 명작 중의 명작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두 부자의 효행이 서예작품으로, 금석문으로, 현판으로 남겨져 후세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우리 전북의 자랑이며, 매우 소중한 문화사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효행은 어떠했을까?

김복규는 평소에도 효심이 지극하였으나 16세에 부친상을 당하자, 묘지를 정하지 못한 채 밤낮으로 슬픔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꿈에 나타난 도사가 일러준 대로 약을 구해 지극정성으로 다려 아버지께 드리니 다시 깨어나 천수를 누리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효행을 듣고 나라에서는 증 공조참판동지의금부사의 벼슬을 내려주었다. 또한 그의 아들 김기종 역시 아버지에 대한 효가 지극하여 부모상을 당하자 3년간을 묘 옆에 초막을 짓고 살며 애통해 하였다. 그 때의 울음소리가 마치 호랑이의 울음소리 같았다 하여 마을 이름을 ‘호동(虎洞)’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들의 효행을 품은 효충서원에는 또 다른 문화재들이 이곳의 기운을 전해준다. ‘효충서원(孝忠書院)’ 현판은 김제의 유학자이자 명필인 유재 송기면(裕齋宋基冕, 1882~1956)의 장손, 여산 송하영(礪山宋河英,1927~1992)이 해서로 쓴 것이며, 주련에는 이 정려각의 역사가 행서로 쓰여져 있다. 또한 재실에는 창암 이삼만(倉巖李三晩, 1770~1847)이 쓴 ‘구암(龜巖)’ 편액과 상량문이 함께 전해져 오고 있어서 이 서원은 현판과 비석, 주련 등의 서예사적, 금석학적 가치가 큰 문화재를 품은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임실에는 이 정려각에 있는 추사의 친필을 포함하여 금석문 3점과 현판 3점이 전해지고 있어서 추사금석문에 관한 연구와 콘텐츠 개발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려각 주인공들의 효행과 더불어 추사말년의 명작이 예향인 전북에 남아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임실의 금석문 및 정려각, 재실, 제각, 정자 등에 남겨진 문화재와 유적지를 통해 우리 선비들의 숨결과 효행을 느껴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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