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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기사 작성:  백용규
- 2021년 04월 07일 10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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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현 호(군산대학교 교수, 기획처장)



양귀비, 서시, 초선과 더불어 중국 4대 미녀 중 한 사람인 왕소군(王昭君)은 본래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였으나 후에 흉노족에게 화친의 볼모로 시집을 가서 회한의 시절을 보내게 된다. 나중에 당(唐)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虬)는 '소군원(昭君怨, 왕소군의 원망)'이라는 시를 지어 그의 원혼을 달랬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 자연히 혁대가 느슨해진 것이지, 일부러 허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네.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말인 ‘춘래불사춘’의 유래로, 지금 대학가의 상황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해줄 말은 없는 듯하다.

올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미리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이를 실제로 맞닥트린 대학들의 속내는 타들어가고만 있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 깊은 터널이 이제 겨우 시작점에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입시 모집정원은 49만여 명이었으나 실제 입학자원은 이보다 7만 명 넘게 부족하다. 입학자원 부족 상황은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어, 3년 후인 2024학년도 입시에서는 무려 12만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학생자원의 부족은 곧바로 대학의 재정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부존자원과 국가의 경제적 기반이 열악한 대한민국은 사람만이 유일한 자산이었다. 당연히 교육은 국가나 가계 모두에게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되었고, 그에 힘입어 지금 우리는 OECD에 진입한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의 현실은 초라하기만 하다.

먼저 학생 1인당 교육비 면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은 초등 및 중등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2020년 기준 OECD국가 평균과 비교할 때 초·중등교육 부문은 평균의 1.3배에 달하지만, 고등교육부문에서는 겨우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원 구성의 측면에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등교육 공교육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 OECD국가에서는 평균 70%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로 민간 재원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대학 등록금은 벌써 12년째 동결상태이지만 교육환경 및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비용 지출은 늘어만 간다. 가뜩이나 열악한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 상황에서 학생수 감소로 인한 등록금 수입의 감소는 정상적인 대학운영마저 위태롭게 한다.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교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시작하였고, 공통운영경비는 마른 수건을 짜는 듯한 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이 생각하는 ‘봄’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여 배출하는, 대학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상태이다. 산과 들에 꽃은 피었건만 학생수 감소와 열악한 재정지원,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내몰린 대학 캠퍼스에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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