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름다운 순례길]<23>안대동 천주교성당

안대동…아, 안대동

기사 작성: 신혜경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연구팀장 - 2011년 12월 15일 21시37분

아름다운 순례길 길목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종교문화유산과 신앙문화유산에 순례자는 때로는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종교문화유산과 신앙문화유산이 많은 까닭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도 손색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존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모습 때문입니다.

안대동은 천주교 신앙인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살던 곳이었습니다. 프랑스선교사 조스 신부가 사목활동 중 과로로 숨을 거둔 곳도 안대동이었고, 깊은 신앙심으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가 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일찍부터 성당 건물이 들어섰으며, 그 안에서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고 성장하였습니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다양한 건물들 안에서는 시대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성당 건물은 외형으로 볼 때 서양식과 동양식의 절충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사제관은 일본식 건축양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구호물자창고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니 건물만으로도 한 세대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성당을 함열로 옮기면서, 안대동의 성당 건물은 한때 섬유공장에 임대되었다가 현재 제철공장에 임대된 상태인데, 그 내부가 온통 제철 주물로 가득 차 있어서 성당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에 비하면 사제관과 구호물자창고는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천주교 신앙인이 아니어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날 때면, 모두 혀를 차고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동성당, 함열성당, 나바위성당 등 건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여느 성당들과 마찬가지로, 본래의 제 모습만 찾는다면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의미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운 순례길이 열린 뒤, 마을 사람들로는 처음으로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을 찾은 익산의 조그마한 시골마을 분들이 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우리 마을에 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계속해서 그것이 이어지고 넘쳐 가는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는 것이 그분들의 말씀이었습니다.

안대동은 바로 그런 움직임이 있을 때, 다시 옛 모습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순례자는 이번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대동을 거쳐 가지만, 다음에 올 때는 틀림없이 옛 모습을 되찾아 새롭게 단장된 안대동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놓치 않습니다.
/신혜경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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