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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하계올림픽과 전라북도, 지역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23일 14시38분

전라북도가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이래,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Faster, Higher, Stronger)’를 모토로 젊은이들의 기량을 겨루는 세계 최대의 평화축제이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의 이념을 “인간의 신체, 의지, 정신을 전체적 균형과 조화 속에서 고취시키는 생활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을 보존하며 평화로운 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오늘날 올림픽은 상업주의와 과잉 경쟁의 그늘 속에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과도한 예산 지출, 주민 강제 이주, 정치적 악용, IOC의 지나친 상업화는 그 상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연대와 진보를 위한 장인 동시에, 현대 문명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양면의 무대가 되었다.

전라북도는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선 ‘포스트 올림픽’ 시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 국제행사유치에 만족하지 말고, 전 세계에 한국의 정신문화를 알리고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화올림픽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K-팝, K-푸드, K-드라마를 넘어 K-정신, K-영성으로 대표되는 ‘K-문화’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종합문화정책의 설계도를 준비해야 한다.

경쟁을 넘어 상생, 기술을 넘어 통찰, 신체의 역동성을 넘어 정신의 깊이를 중시하는 새로운 차원의 문화올림픽, 즉 ‘K-올림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닌, 인류 문명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는 상징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올림픽은 이제 스포츠를 통한 육체적 경쟁을 넘어 ‘정신문화 축제’로 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K-올림픽의 중요한 내용으로 무엇을 담을 것인가? 세계인이 공유할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K-정신문화다. 우리 한민족이 오랜 세월 전승해 온 홍익인간 사상, 인내천 사상, 제천의례 등을 통해 ‘하늘과의 교감’, ‘공존과 상생’, ‘자기 성찰과 공동체적 자각’을 구현해 왔다. 전라북도는 이러한 한국적 영성문화를 철학과 실천 양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지다. 지리적·문화적 정체성은 다민족 다종교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열린 문명의 터전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특수한 문화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예컨대, 올림픽 개회식에서 마한·백제의 소도문화와 제천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홍익인간과 인내천 사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색이 아닌, 인류 문명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전북지역은 고창의 고인돌, 마한·백제의 제천문화, 불교 사찰, 유교 서원, 조선 말기 민중신앙과 신종교의 발원지들이 공존한다. 익산지역만 보더라도 세계문화유산인 불교 미륵사지, 개신교 두동교회, 천주교 나바위 성지, 원불교 중앙총부가 한 지역에 밀집해 있다. 김제 금산사, 전주 전동성당, 모악산과 정읍지역 민족종교 등과 함께 하나의 순례길로 연결하는 ‘종교화합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다민족·다종교의 평화선언, 세계영성포럼 개최 등도 정신문명 축제의 구체적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주, 익산, 김제 등 여러 지역에서 K-영성문화 엑스포, 순례길 체험, 전통의례 재현, 명상·치유 워크숍, 전통음악 공연, 서예와 예술 감상과 실습 등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원과 굿, 농악의 공동체 정신, 전통놀이와 의례는 모두 공감과 소통, 화해와 정서 치유를 지향하는 ‘열린 마음’의 문화다. K-영성의 핵심은 바로 이 열린 마음이며, 이는 곧 세계를 향한 열린 문화, 평화를 지향하는 열린 문명의 기반이 된다.

전라북도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제안할 수 있는 문화의 시작점이자 중심축이다. 진정한 문화강국이란 단지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에게 정신적 자양분과 삶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공공의 철학을 품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K-올림픽은 승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실패와 상처, 극복과 성장을 함께 끌어안는 치유와 공감의 무대여야 한다. 경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 간의 상호 교감과 성장이며, 이를 통해 인류 보편가치와 평화를 실현하는 새로운 올림픽의 형식과 내용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박광수(원광대학교 명예교수, 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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