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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하버드대학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01일 16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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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어느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기 방문 앞에 시를 한 편 붙여놨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초등학교를 나와서 /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 민사고를 나와서 / 하버드대를 갈 거다. // 그래, 그래서 나는 /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 미용사가 될 거다.”

미용사가 되는데 하버드대학교 학력이 필요할까? 하버드대에 미용학과가 있기는 한가? 왜 이 아이는 하버드대학교를 꼭 짚어서 가려고 하는가? 스스로 정보를 찾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진학하고자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나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하버드대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가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대학교는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명문대학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만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인 1636년에 개교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처음에는 성직자를 기르기 위한 학교인 ‘Newe College’라 불리다가 후원자인 존 하버드 목사의 이름을 따서 하버드대학교로 바뀌었다.

영국인들이 세운 학교인 만큼 독립전쟁을 치르면서 본관이 불타는 등 시련을 겪었다. 캠퍼스 전체가 독립군의 주둔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1776년 이 학교 졸업생 여덟 명이 미국 독립선언서에 서명함으로써 비로소 미국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이후 독립군들에 의해 훼손된 시설을 미 연방정부가 보상하면서 다시 위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위상은 성과로도 드러난다.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와 기업인, 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이다. 미국 대통령 8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생존해 있는 억만장자만 188명, 노벨상 수상자 161명이다. 그 외에도 아카데미상 10명과 퓰리처상 48명을 배출했다. 학문 중심 대학인데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108명이다. 그중 금메달 46개를 이 학교 출신들이 따냈다.

최고의 권위와 성과를 낸 하버드대학교가 지금 트럼프와 싸우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학교가 나서서 막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다. 당연히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더구나 네탄야후의 집권 연장을 위해 추악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가 꺼내든 칼은 우리 돈 약 3조 6천400억 원에 달하는 연방정부의 연구자금 지원 중단이었다. 여기에 유학생 등록 금지로 하버드대를 압박했다. 신속히 연방법원이 정부의 조치를 중지시켰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외국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송환될까 두려워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대학으로 전학을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물론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세계 최고 권위의 하버드대학교가 최고 권력자인 트럼프와 싸우는 형국이 아이러니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사람이 사회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는 대학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가 과연 옳은지, 그게 민주주의의 선도자를 자처하는 미국 정치의 실상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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