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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꽃 중의 꽃, 4월 목단

신팔복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22일 14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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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려있는 한 폭의 목단꽃이 환하다. 결혼 뒤에 인척이 그려준 그림이다. 검은 줄기의 작은 가지에는 짙은 녹색 잎이 잔잔하게 붙어있다. 중앙에 붉은 꽃이 향기를 발하듯 몇 송이 배치되어 있다. 부귀옥당(富貴玉堂)이라 쓰인 화제도 더욱 맘에 든다. 노란 꽃술을 에워싼 붉은 꽃잎이 마치 새 신부의 곤지처럼 붉다. 구름 없는 하늘의 공허함보다 몇 점 흰 구름이 운치를 더해주듯 그림의 여백도 갖췄다. 작가는 구도를 정하고 상상과 실제를 넘나들며 화폭을 물들였지 싶다. 목단은 부귀, 영화, 의미한다 했으니, 작가의 의도에 감사하며 보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합죽선에 지인(知人)이 그려준 목단 그림이다. 역시 부귀(富貴)를 빼놓지 않았다. 목단이 상징하는 의미다. 그는 전직 교육자였는데 퇴직하고 배우기 시작한 그림 공부였다. 전국 문인화대회에 입선할 만큼 실력을 갖췄다. 그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림을 취미 삼아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어 보인다. 사람이 다르듯 두 그림은 구도와 색감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합죽선 그림은 목단의 가지 끝, 한 부분만을 화폭에 옮겼다. 검게 보이는 가지와 검푸른 나뭇잎, 짙은 붉은색의 꽃송이가 부채를 펼 때마다 마음을 매료시킨다.

우리 아파트 양지바른 화단에도 목단꽃이 활짝 피었다. 생생한 푸른 잎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꽃향기가 짙게 풍긴다. 꽃향기를 맡으며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흐뭇한 정감이 가슴을 파고든다. 나도 모르게 해맑은 미소가 입가에 번지기도 한다. 붉고 연한 꽃잎과 우부룩한 노란 꽃술에 사로잡히고 만다. 볼수록 탐스럽고 아름답다. 꽃의 여왕이라더니 볼수록 매력적이다. 꽃 중의 꽃, 그래서 선비들은 목단을 애지중지했었나 보다. 긴 겨울 서재에서 글을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날을 보내고 나서 따뜻한 봄날에 활짝 피어날 목단꽃을 기다렸지 싶다.

목단꽃은 영랑 시인을 생각나게 한다. ‘목단꽃과 작가’라 어울리는 단어 같다. 문학기행으로 강진에 있는 영랑 생가에 두어 번 갔었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 사립문에 들어서서 양지바른 아담한 초가집을 마주했다. 토방, 마루, 방문, 부엌이 무척 정갈했다. 이곳이 영랑의 생가였구나 하며 방문 앞 마루에 걸터앉았다. 그 옛날 영랑의 체취를 느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낭랑하게 글 읽는 목소리, 원고지 앞에서 생각에 몰입하며 고뇌에 찬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희망을 잃은 나라, 대자연 속의 작은 인간, 조국의 미래에 대한 책무 등 많은 일에 골몰했을 것 같다.

언제쯤에 올까. 한없이 기다리던 우울한 세월, 떠난 임을 그리워하듯 인내했을 시간이었을 게다.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고 해맑은 따뜻한 봄날 붉게 피어날 목단꽃을 보며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은근하게 전해주는 꽃과 대화를 통해 소망을 담은 유명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창작하였다. 조용하면서도 의지가 굳은 저항의식이 담긴 민족주의적 시다. 시(詩) 낭송가들은 지금도 빼놓지 않고 이 시를 읊는다. 그는 목단꽃의 은은함과 탐스러움을 좋아해서 안채와 초당 화단에 목단을 심고 가꿨나 보다. 아니 세상살이의 버거움을 꽃으로 달랬지 싶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뒷마당의 목단꽃도 둘러보고 나왔다. 모란공원에는 분홍, 노랑,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피어있었다. 향기도 좋고 꽃도 좋았다. 그래도 그중엔 붉은 목단이 내 맘을 끌었다. 4월엔 목단꽃이 좋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행촌수필 부회장, 영호남수필 부회장,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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