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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우리에게 박물관은 필요한가?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4월 17일 15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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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박물관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반어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오히려 우리 사회가 문화유산과 각 종 박물관 자료의 일상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되묻는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물관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물관은 과거의 유산을 현재로 불러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의 시작은 결코 대중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박물관은 왕실과 귀족들이 권력의 상징으로 소장품을 전시하던 장소였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르네상스기의 유럽에서도 박물관은 지배층만 접근할 수 있는 '봉인된 공간'이었습니다. 대중에게 개방된 박물관은 18~19세기 이후 유럽에서 계몽주의와 시민사회가 확대되며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박물관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시대마다 '누구를 위한 문화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진화해온 공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박물관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9년, 서울 창경궁에 개관한 ‘제실박물관’입니다. 근대적 박물관은 1911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입니다. 해방 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공립박물관, 사립박물관 등 다양한 유형의 박물관이 전국에 생겨나게 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박물관은 국립부터 지역 공립, 대학 부설, 민간이 설립한 전문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그 주제도 선사부터 산업, 예술, 민속, 생활사 등 폭넓게 분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시의 확장을 넘어 시민이 살아가는 지역과 삶 속에서 문화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박물관은 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과 오늘의 삶을 연결하는 인문학적 거점으로 기능합니다. 지역 주민은 박물관을 통해 자신의 고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며, 이는 자긍심 함양과 문화적 소양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박물관은 지역 관광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여행을 경험하고, 이는 체류시간의 연장, 지역 소비의 확대 등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집니다. 단순한 경제유발효과를 넘어, 박물관은 ‘지역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관광의 질적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박물관, 동일한 콘텐츠가 반복되는 박물관도 많습니다. 단순히 시설만 갖춘다고 해서 박물관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전문박물관의 설립과 주제 개발이 절실합니다. 김제의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처럼 지역의 고대 농경문화와 관련된 서사와 유산을 주제로 삼는 시도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지역 고유의 문화사적 깊이를 간직한 곳입니다.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고대 농경문화, 후백제 왕도의 역사, 전북동부지역의 국경문화와 제철, 조선의 전통생활문화 등은 전북만의 특색 있는 서사를 구성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각 자치단체의 특색을 종합해 보여주는 공립 종합박물관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박물관은 단순히 전북 전역의 유산을 집대성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특수성을 존중하며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각 시군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들을 단절이 아닌 연속성 안에서 조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간 문화 교류와 공동 교육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지역민의 역사문화 인식과 감성을 키워주는 공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기획과 소통,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체성’을 말하려면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이어야 하며, 주민 스스로 그 공간을 통해 ‘우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야 비로소 외부 관광객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노기환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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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글(2025.04.17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