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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노마지지(老馬之智)

“아무리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만의 경험과 지혜를 지니고 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2일 21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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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려주는 말이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고집스러워지며, 자신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기억력을 빼앗긴 그 자리에 통찰력이 자리를 잡게 된다. 따라서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잘 활용하면 가정과 사회, 더 나아가 한 국가까지도 발전할 수 있다.



늙은 말은 인간 사회에서는 뒷방의 늙은이로 퇴물 취급을 받는다. 이 늙은 말의 지혜를 잘 끌어내어 위기를 모면한 이야기에서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노마지지는 ‘늙은 말의 지혜로, 경험을 두루 쌓은 사람의 지혜’를 뜻한다. 노마지기(老馬之耆), 노마식도(老馬識途), 노마지도(老馬知道)도 같은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문제에서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갈등의 시작은 이명박정권 때부터이다. 지난해 12.3일 불법 계엄으로 인한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어 폭발 직전이다. 상대방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진영 주장만 펼치며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하는 보수진영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무차별 난도질한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종교, 정치, 사회 원로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은 일침이 필요한데 이것도 사라졌다.



기원전 770년~403년, 중국 춘추시대 천하를 호령한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환공은 명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거느리고 이웃 나라인 고죽국을 정벌하러 나섰다. 그런데 간단히 제압할 줄 알았던 고죽국과의 싸움이 의외로 길어져 그해 겨울에야 끝났다.



전 군사가 혹한 속에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되었다. 모두 진퇴양난에 빠져 두려워하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서 안심시켰다. “늙은 말의 지혜를 쓸때다.(老馬之智, 可用也) 말이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관중은 부하를 시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 군사들이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봄에 왔던 길을 찾아 무사히 회군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전선에서 경험을 쌓았던 늙은 말의 지혜가 위험에 처한 제나라 군사를 살려낸 것이다.



늙은 말의 지혜 덕에 위기를 벗어난 제나라 군대가 산길을 행군하다 식수가 떨어져 갈증에 시달렸다. 이번엔 습붕이 나섰다. “개미는 겨울철엔 산 남쪽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지만, 여름철엔 산 북쪽에 집을 짓고 산다. 개미집의 높이가 한 자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나온다.” 군사들이 개미집을 찾아 파 내려가니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관중과 같은 현명한 사람이나 습붕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현의 지혜를 배우려고 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대체적으로 연륜이 쌓여갈수록 경험이 풍부하다. 경험이 풍부해지면 그에 비례하여 삶의 지혜도 쌓인다. 노인의 팔다리가 쑤시면, 다음날 비가 온다고 날씨를 점칠 수가 있다. 제비가 낮게 날아도 다음날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모두 경험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인 것이다.



노마지지에서 늙은 말이 산길을 제대로 찾은 것은, 말의 본능과 많이 다녀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경험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여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본 사람만이 인생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자식을 낳아서 키워 본 사람만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옛 시인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라고 읊었다.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것에서 그 지혜를 빌리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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