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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어부, 51년 만에 `무죄'...북한 얘기했다가 고문·투옥

-영장 없이 구금·협박...주변인 증언 신빙성도 부족
-전주지법, 반공법 위반 재심서 무죄 판결


기사 작성:  김상훈 - 2025년 02월 24일 16시23분

납북됐다 돌아온 후 북한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힌 어부가 5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3형사부(부장판사 정세진)는 24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송모(1929년생‧1989년 사망)씨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과 고문 속에서 이루어진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고, 주변인 증언 역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송씨는 1960년 5월 19일 황해도 인근에서 어로작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돼 닷새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고, 몇 년 뒤 술자리에서 북한에서 본 것을 이야기했다. 경찰은 이를 문제 삼아 1973년 영장 없이 송씨를 연행했고, 한 달 넘게 감금한 채 구타와 가혹행위 속에서 자백을 강요했다.

검찰은 송씨의 자백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기소했고, 1·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송씨는 1974년 징역 1년, 자격정지 2년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재심에서 법원은 “불법 체포와 강압 수사 속에서 얻어진 자백은 신뢰할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의 근거가 무너졌다고 판단했다.

자백과 함께 재판에서 핵심 증거가 된 것은 주변인들의 증언이었다. 검찰은 마을 주민과 지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송씨가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심 과정에서 증언들이 서로 엇갈렸고, 일부는 경찰 조사 당시와 법정 진술이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특정 발언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송씨가 실제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단순한 경험 공유일 뿐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납북 경험에 대한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일 뿐,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송씨는 1989년 사망했지만, 자녀 송모(74)씨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 피고인과 가족이 겪었을 고통에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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