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봉사

어둠을 밝히는 등대와 같이 봉사로 삶의 의미를 찾는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6일 14시42분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는 소록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리가 개통되어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섬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당국의 감시가 심하고 출입증이 있어야만 섬을 나올수가 있었으며 인권이 유린 되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섬이기도 합니다. 이 소록도에서 43년동안 한센병 환자를 보살피며 봉사해온 외국인 수녀 2명이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아무도 모르게 소록도를 떠났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소록도 주민들은 이별의 슬픔을 감추지 못한채 매일 두 수녀님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면서 봉사해온 마리안(71) 그리고 마가렛(70) 수녀가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작별 인사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떠난 것입니다.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렛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두 수녀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환자의 상처에 약을 발라줬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 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 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뒤늦게 정부는 이들의 선행을 알고 1972년 국민훈장,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두 수녀는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평생 봉사했던 정들었던 소록도를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겼습니다. 그들은 편지에서 이제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 해 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또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용서를 빈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명호 소록도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에게 온갖 사랑을 베푼 두 수녀님은 살아있는 성모 마리아 였다며 작별 인사도 없이 섬을 떠난 두 수녀님 때문에 섬이 슬픔에 잠겨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은 진심으로 봉사하며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우친 두 수녀를 할매라고 불렀습니다.

꽃다운 20대부터 수천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왔으며 어느덧 일흔 할머니가 된 것입니다.

숨어서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과 주님 외엔 누구에게도 얼굴을 알리지 않은 베품이 참 베품임을 믿었던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모두 다 사양했습니다.

10년전 오스트리아 정부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와서야 전달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두 수녀는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줬던 것입니다. 외로운 섬, 버림의 섬, 건너의 섬에는 상처 받은 사람들을 반세기 가깝게 보살핀 두 수녀님의 위대한 봉사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추운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처음 소록도에 왔을 땐 6,000명의 환자가 있었지만 두 수녀님의 40년이 넘는 숨은 봉사로 환자도 크게 줄어 이제는 40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0대의 꽃다운 나이부터 40년을 살아온 소록도를 떠나던 날, 멀어지는 소록도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으며 오스트리아 수도원 방 한켠에 살면서 오늘도 두 수녀는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합니다. 지금도 우리 집, 우리 병원, 다정한 이웃, 바다는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요 하고 말입니다.

봉사 ! 다행히도 우리 전북은 타도에 비해 봉사 단체가 많고 또 오늘도 봉사를 하기 위해 열심히 일 하는 숨은 봉사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봉사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길가에 떨어진 깨진 유리 조각을 줍는것도 봉사요.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도 봉사인 것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등대와 같이 봉사를 삶의 의미를 찾는 뜻깊은 시간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은 지금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가고 있으니까요.

/최홍(스피치라이터·동양웅변스피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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