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4명의 작가가 일상에 숨겨진 것들을 찾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8월 04일 16시41분

'일상의 숨겨진 것'전이 6일부터 11일까지 전주교동미술관 2관서 열린다.

'일상에 숨겨진 것'은 김미소, 데릭 핀, 도병락, 정은경 등 4명의 작가가 일상이나 낯선 도시에서 마주치는 소소하고 평범한 사물과 풍경들이 지닌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아이러니를 탐구하는 전시다.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 주제를 풀어낸다.

김미소의 작품 '무제(130x130cm, 혼합재료, 2024)'는 인간관계의 정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분쟁 없는 모두 함께'라는 이상이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공감과 유대가 존재하긴 하지만, 시기, 질투, 배신과 암투가 난무하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라는 바람직한 '총화로서의 인격체'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럴 경우 '우리'라는 그룹에서 밀려나 '그(녀)들'이 되기도 한다. 주체들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순환을 표현한 이 작품과 함께, '자유(72.5x72.5cm, 혼합재료, 2024)'는 진정한 자유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며 날아오르는 생명체들을 담고 있다.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삶의 공간에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우리'의 범주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 소환하는 유년기의 기억에서부터 '간접 경험으로 목도하지만, 끝내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사유에 이르기까지, 그는 삶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려나간다.

작가는 전주대 대학원 영어영문학 석⋅박사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마쳤다. 전주, 서울, 미국에서 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프랑스와 터키를 포함한 국내외 여러 단체전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현재 그녀는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데릭 핀(Derek Finn)은 근시를 자신의 장점으로 삼아 지난 15~20년 동안 거의 동일한 스타일로 작업해 왔다. 보통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가능한 한 프로젝트에 가까이 다가가 섬세하고 디테일한 선을 그리기 위해 안경이나 렌즈를 벗는다. 그의 작품에서는 선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핀은 "내 작품에서 직선이 직선과 만나는 일은 없다"고 설명한다. 핀은 주로 검정 먹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대체로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에 색감을 더한다. 예를 들어, 수채화를 사용해 배경에 색을 입히거나, 간단한 색상의 샤피 마커로 특정 부분에 악센트를 주기도 한다. 또 다른 독특한 기법은 커피를 활용하는 것이다. 종이에 액체를 바른 후, 가운데에 얼룩을 만들어 밝은 색의 윤곽선을 형성하여 초기 형태와 인물을 표현하거나 와인을 사용해 코뿔소 작품을 제작한 경험도 있다. 핀은 전주에서 인터넷을 통해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병락은 80~90년대 유화작업에서는 집요하게 식물의 생명력을 구현하는 데에 골몰했다. 이후 잠시 다른 영역을 탐구하였으나 이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돌파구를 모색한다. 이같은 도약은 인내심을 요구할 만큼 섬세한 작업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하얗고 부서지기 쉬운 우드락 위에 구불구불 식물의 형상을 스케치한다. 1차로 윗면을 일일이 칼로 오려내고 나면, 칼이 만들어낼 수 없는 유려한 곡선들은 2차로 열선 도구를 이용해 모두 파낸다.

우드락은 상처가 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도치 않은 흔적들이 남기 마련이다. 이 불규칙적이고 유연성 짙은 상처들은 시간이 그 자리를 훑고 지나갔음을 보여 준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의 흔적과 풍화, 얼룩으로 물든 벽지, 찢겨 지고 밀린 상처들 혹은 눅눅한 담벼락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적조하고 차분한 이 화면은 금욕적으로 젖어 있다. 또, 불규칙하게 뻗어 나가는 뿌리의 형상들은 때론 작가의 손에 의해 분리되기도 하고, 결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식물을 성장시키는 세포들의 분열과 증식을 암시하는 듯하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결국은 스스로를 키워 나가는 식물의 질긴 생명력이 시간을 배경으로 화면을 부유한다. 같은 여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성장을 위해 상실된 것들에 덤덤한 회상일지도 모르며, 기억, 추억, 상실과 소멸에 대해 바치는 헌사에 가깝다.

작가는 목원대 미술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사로, 청화랑, 박영덕, 조선화랑, 인사아트센터, 전주교동아트스튜디오 등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정은경의 작업은 내마음 안에 존재하는 장소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대상의 특징과 의미를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다. 자연의 소리는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내게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나에게 자연의 소리는 나무, 꽃, 풀, 바람등 편안한 안식처로써 정적인 자연이 아닌, 잔잔하지만 힘 있는 소리, 부드럽고 강인한 숨결이다.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들을 되돌아 보면서 감동적이고 소중했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찬란한 순간들이 작가의 기억 속에 있다가 산에 오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은 정서적 교감을 느낀다. 시나브로, 몸을 던져도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포근함에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변화무상한 자연풍경 나무들의 시간은 조용히 흘러 비밀스런 숲을 만들고 삶도 기억의 숲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있다.

작가는 군산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 전주, 서울, 안산 등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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