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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한 치의 오차 없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31일 14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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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연수차 일본에 갔다. 우리 일행이 버스에 오르자 연수 가이드가 인사하며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몇 주 전부터 짐 챙기신 분 있나요?”

아니, 말이 안 되는 질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에 2박 3일 연수 오면서 몇 주 전부터 짐을 챙기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가이드는 피식 웃으며 다시 질문했다.

“그럼, 어제저녁 양말, 속옷 몇 개 챙기신 분?”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잘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일본에 오실 때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가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저 가까운 이웃 나라에 간다는 기분으로 여행 짐을 챙기셨을 것입니다. 그렇듯 일본은 가까운 나라입니다. 그러나….”

가이드는 말을 끊었다. 크게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역사적 관점에서는 절대 가까울 수가 없는 나라죠. 과거 일본의 침략과 만행은 우리나라에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흉터를 우리는 대대손손 기억하고 있지요. 그러기에 우리는 일본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연수 오신 만큼 배울 것은 배워야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가장 깊이 배운 것은 ‘기본’에 충실한 의지입니다.”

바다를 건너온, 더구나 선진 농업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고착된 사고 아닌가. 그걸 들으러 일본까지 날아왔단 말인가. 내심 불평을 뱉어냈다. 가이드가 덧붙인 사례와 우리에게 보여준 현장은 놀랍게도 ‘기본’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일본 곳곳의 장소였다. 일본의 국민성 자체가 설계도나 지침, 규격이나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원칙을 자기 행동의 준칙으로 삼아 살아간다고 했다. 이는 자신을 위하고 이웃을 위하며 나라를 위한 일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기본에 충실했기에 지진이나 자연재해로부터 건물이나 시설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었고 사람들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연수 기간 내내 도로의 포트홀 하나 보지 못했다. 폭우 뒤 우리나라 국도나 고속도로에 생긴 포트홀과 그에 따른 사고 소식이나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다. 처음 시공할 때 설계와 안전기준에 따라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공해야 한다는 ‘기본’을 지켰더라면 나와 이웃,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모든 일에서 대처보다 대비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이 ‘기본’ 원칙도 우리에게 확실하게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긴 장마가 지나고 수해복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먹구구식 피해 복구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마인드로 이 일에 임해서는 안 된다. 한 번 입은 피해는 절대 원래대로 원상 복구될 수 없다.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다시 이런 피해가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이번 피해를 기점으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본’에 충실하려는 ‘기본’을 각오해야 할 때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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