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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황충(蝗蟲)보다 더 ‘센 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8일 14시49분

벌써 4년째이다. ‘그놈(?)’은 기세를 꺾지 않고 그놈만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대한민국에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이 다녀갔지만 그놈을 막지 못했다. 현존 방제법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셈이다. 좌충우돌하는 사이 군산시 미성동을 중심으로 피해 면적은 5백 ha에 달했다.

억측들이 난무했다. 새로운 해충, 외래해충, 변이종... 농민들은 그놈의 출현과 난동에 분개했다. ‘왜 하필 우리 지역에서만 나와 피해를 주느냐?’는 것이었다. 급기야 놈(?)의 정체를 밝히려 유전자 판독을 의뢰하기까지 했다. 이미 특정한 대로, “이화명나방”이었다. 장탄식이 이어졌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까지 나왔다. 보리농사를 접든지, 볏짚을 태우든지 택일해야 할 처지인 듯했다. 농민들은 ‘소각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군산시 의회에서 ‘건의문’을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더 혼란에 빠졌다. 그놈의 월동량은 늘어나고 충태는 혼재되고 약제는 듣지 않았다. 더욱이 그놈에 대한 연구는 30년 전쯤에 멈췄다. 연구와 연구자의 부재... 그놈을 잡을 묘안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내야 했다. 그래야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

조선왕조실록 태종 17년 6월 26일, 평안도 숙천, 중화 등지에서는 황색,백색,흑색 황충(蝗蟲)이 곡식을 해치고, 풍해도 황주지방에서는 청색,황색,흑색 황충이 곡식을 해쳤다. 이에 호조에 지시하길 “평안도·풍해도에서 보고한 황충을 제 때에 잡게 하라.”라고 한 대목이 나온다. 어떻게 잡으라고 했을까. 알아서, 요령껏 ‘인력’으로 잡으라는 말이었다.

그 당시 그 놈들을 잡을 변변한 약제가 없었으니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럼 그때처럼 인력으로라도 잡으란 말인가? 불가능하다. 잡을 방법도 미완이다. 그러면 아예 그놈에게 두 손을 들어야 하는가? 웃픈 현실이다. 지난해 ‘확산 경고’도 메아리가 되지 못했다. ‘경고’를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막한 지경에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피해를 보지 않았던 농가 사례를 분석하면서 유의할 실마리를 찾았다. 여기에 우연한 실험이 기초가 되었다. 하여 ‘군산만의 방제 모델’이 만들어졌고 그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24.01.08.)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앙 시기 조정, 초기 방제, 방제 대상지 확대... 그놈의 변칙에 변칙을 쓰기로 했다. 변칙 정도에 따라 아웃복싱과 인복싱을 섞는 전략을 택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모내기 철이 닥쳤다. 농민들은 경계 태세다. ‘볏짚 태우기 금지’로 촉발된 그 놈들과의 지루한 싸움에 들어갔다. 지난달 22일, 처음 잡혔고 그간 여러 지역 포집량을 볼 때 확산 단계로 판단된다. 인근 시군도 ‘경고’했던 대로다. 해충의 생애 주기가 더 빨라졌다. 확전의 모양새다. 연접지역을 넘어 ‘게릴라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벼가 무성해지기 전에 확실하게 밀도를 낮추어야 한다. 그 성패는 ‘새 모델’에 달렸다.

이런 사태를 겪기 전부터 필자는 ‘볏짚 태우기 전면 금지’에 대해 적극 동의하지 않는다. ‘쥐불놀이’는 월동 해충의 밀도를 줄이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다. 미국은 일찍이 벼 병해충 피해가 다발생한 지역에서 볏짚을 태우는 권리를 법률로 보장했다. 그들은 농사에서 ‘볏짚 태우기’ 여부를 병해충 피해 정도로 판단한다. 그 과학적 근거를 인정한 것이다.

볏짚... 태우면 미세 먼지가 증가하고, 안 태우면 농약을 뿌리는 횟수가 증가한다. 딜레마다. 미세먼지를 사람이 마시는 폐해만큼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먹거리의 생산 기반 붕괴에 미치는 영향 등이 병존하고 대립한다. 미국처럼 절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방제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면 그땐 어찌할 것인가?

차원이 다른 해충 공식이 생겼다. 예상치 않은 변화에 응전하려면 말미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먹거리를 위협할 ‘최애 환경’이 지속적으로 조성된다면 ‘해충의 대규모 역습’은 시간문제다. 더욱이 황충보다 더 ‘센 놈’이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이다. 이제 겨우 몇몇 사람들의 귀가 열렸을 뿐이다./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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