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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2000년대생이 사이보그형 인간인가? 세대 담론을 경계할 일이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06일 14시12분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 워크숍 다음 날 아침, 팀원들 해장을 위해서 팀장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습관처럼 물을 끓이고 면과 수프를 넣었다. 이 모습을 본 한 팀원이 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팀장님 진라면을 그렇게 끓이시면 어떻게 해요?”. 팀원은 답답해하며 “진라면은 물이 끓기 전에 건더기 수프를 넣어야 한다고요. 제조사 레시피가 있는데, 왜 마음대로 만드세요?”라며 뭐라 한다. 책 모임 때문에 읽은 ‘2000년생’에 대한 책의 한 장면이다. 이 모습을 빗대 2000년대생은 디지털 사고방식을 가진 ‘사이보그형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중대한 법이나 원칙을 어기지 않았더라도 정해진 것을 따르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것.

팀장은 90년대생이다. 불과 몇 년 전 90년생을 중심으로 세대 담론이 뜨거웠을 때 가장 핫한 단어는 ‘꼰대’였다. 90년대생(현재 30대)은 이런 꼰대를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회식문화를 반대한다는 등의 사례가 일반화되었다. 지금은 2000년대생이 그 이상의 주장을 한다는 사례가 나온다. 살면서 알았다. 10대, 20대 꼰대도 있었고, 80대 ‘질풍노도기’의 어른들도 넘쳤다. 나는 세대 담론을 경계한다. 세대별 시대 상황에서 만난 경험의 차이는 존중하나 나이로 사람들을 나누어 착취, 비착취 또는 운이 좋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등으로 나누어 몇 가지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한 문화를 양산한다.

청년은 집단이 아닌 개인이다. 어느 순간부터 청년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불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타나는 이슈에 따라 담론이 형성되어 왔다.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정치인이나 기업자본이다. 기성세대로부터의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일자리만이 이들에게 전부라거나 출산의 주체로 집중시킨다. 담론은 우리 일상의 정책과 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된다. 주의해야 한다. 담론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야 하고 어떤 대상이 과잉 대표되는지 누가 배제되는지도 고려해야 할 일이다. 특히 지역사회 청년의 삶은 이러한 왜곡된 사회 담론에 크게 흔들린다. 지자체에 청년정책은 대부분 일자리와 관련된 과에 한 귀퉁이에 속해 있다. 청년의 주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 센터의 주 업무 또한 취·창업에 많은 부분 집중되어 있다. 모두가 이러한 사회적 담론이 만들어 내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 정치를 위해서 청년이 정당에 대표성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게 당연시 여겨졌고 비례대표까지 우선권을 주는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청년정책을 활성화하고 대표하는 것으로 부각 된다. 청년이 누구이고 어떤 정책을 만들지, 누구를 대변하는지가 불분명한데도 나이를 부각하면서 정치적 활용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많았다. 그마저도 이번 선거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나이를 넘어서 청년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여러 위치에서 만들어 내는 정책이 고려되어야 옳다.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 모두와 같이 ‘삶’ 그 자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마을에서 ‘삶’으로서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정당에 가입하고 소수 정치세력으로서의 청년 활동도 의미가 있고, 취·창업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일도 좋다. 다만 거기에서 멈추어서도 안되고 그렇게 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청년 담론의 주체로서 서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대상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마을)에 청년들이다. 거대 담론을 넘어 각자의 공간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삶으로서 접근해야 옳다. 청년 개인의 어려움과 취약성, 고민을 혼자서 해결하도록 하기보다는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그 문제를 껴안고 관계하는 과정에서 담론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청년은 일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이 되도록 협력하면서 함께 모색해야 할 주체적인 존재다. 청년 개인의 힘겨움과 아픔을 다양한 세대가 함께 보듬고 나누어야 할 공동체적 사회로 나아가도록 돕는 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주도하는 공동체적인 사회를 가로막는 가장 나쁜 일이 이상한 세대 담론을 형성해서 세대를 분열시키는 짓이다. 세대가 아닌 그 안의 개인에 집중해야 하고, 지역(마을)에서의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모두가 함께 통합적으로 살아갈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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