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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마이크로바이옴 전성시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07일 15시27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의 전체 집합을 의미하는데 특히 사람의 장(腸)내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70kg 체중을 가진 사람의 몸 안에는 38조 개체 이상의 미생물이 공존하며 이들 미생물의 무게는 사람 체중의 200g 정도인데 이들 중 80% 이상이 장내에 존재한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은 비만, 당뇨, 치매 등 개개인의 건강이나 생리적 특성, 성격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가 산도를 지나며 거치는 ‘미생물 샤워’를 못함으로 인한 면역체계 약화 극복을 위해 모유 수유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등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진 사람의 분변을 환자의 장내에 주입하는 ‘대변 이식술’이 시도되고 있다.

생명체나 자연계 어디에나 존재하며 인체에도 피부, 구강, 장 등 다른 환경에 맞춰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식물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식물 내부와 주변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식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은 뿌리, 줄기, 잎, 꽃, 과실, 종자 등 모든 식물 기관에서 발견되고 부위마다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며 하는 역할도 제각각이다.

식물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데 식물은 광합성으로 고정된 탄소의 6~21%를 뿌리를 통해 분비하며, 탄수화물, 아미노산, 유기산, 이차대사산물 등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이 포함된 뿌리 분비물은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식물 입장에서는 뿌리 근처에 미생물을 불러들임으로써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단점을 극복한다. 뿌리 분비물을 미끼로 모여든 미생물은 식물의 뿌리 구조를 더 좋게 만들고, 양분의 흡수를 더 좋게 하며, 병원균의 공격으로부터 식물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을 농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목받고 있는 기능으로는 식물의 저항성 증진과 면역력 증진을 들 수 있다. 식물은 성장 과정 중에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는데,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은 이런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준다.

식물 뿌리 주변에 사는 근권미생물은 병원균의 양분을 빼앗거나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방법을 통해 병원균의 생장을 저해하고 비스콘신, 서팩틴, 펜지신 등의 물질을 분비하여 식물의 저항성을 유도하거나 항균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식물이 잎마름병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로 사과산(malic acid)을 토양에 분비하는데 사과산이 분비되면 바실러스 균이 뿌리로 이동하여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게 된다. 또 해충 공격을 받으면 잎에서 뿌리까지 신호를 전달해 해충을 죽이는 미생물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은 석유, 중금속, 농약 등을 정화해 토양 복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이 분비하는 뿌리 분비물이 오염물질 분해 미생물의 영양분이 되어 미생물의 생장과 활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뿌리 분비물에 포함된 산화효소들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식물의 생장조절, 잡초 제거, 농산물 안전성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도 현재 농업의 가장 큰 흐름인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는 기술로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기술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UNICEF 등에서는 세계 식량부족을 해결하면서도 환경을 보존하는 기술로 미생물 등을 활용한 각국의 전통 농업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EU, 일본, 중국 등에서는 기술 선점을 위해 바스프, 바이엘, 몬산토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토양 미생물 연구에 약 2조 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식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외국의 기업에 비해 R&D 예산 비율이 낮고, 인력과 인프라가 약하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간의 협업 연구 강화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박진우(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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