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눈맞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07일 14시40분

이영희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택배 왔습니다(그린이 한수희, 펴낸 곳 창개구리)'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눈맞춤이 압권이다. 시인은 동시 쓰기를 잊어버린 행복한 꿈과 동심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할머니 마음,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자연의 마음을 닮은 이영희 시인을 따라서 즐거운 동시 여행을 떠나보게 만든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신기한 한마디’는 무엇일까? “알람 소리 열 번 울려도/음냐음냐 비몽사몽/우리 언니//-딩동! 딩동!//벌떡 일어나/눈꼽 떼게 하는/신기한 한마디//-택배 왔습니다!”('택배 왔습니다' 전문) 잠꾸러기 사춘기 언니는 누구 말도 잘 듣지 않는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말 한마디면 벌떡 일어난다니 들을수록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이른 봄, 뽀얀 쑥을 캐어다가 쑥떡을 만드는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진짜배기 봄을 선물한다.“솥 안에 넣고/푸우~푸우 하얀 김 쐬고 나온//찰진 쑥떡을 보며/-아따, 진짜배기 봄이네!//내 입속으로 쏘옥 들어온다/진짜배기 봄이”('봄의 맛' 본문 중) 가족을 생각하는 사랑의 마음이 가득한 마술사 같은 할머니의 손이 그리운 요즘이다.

“자릿세 안받고/넉넉하게 그늘을 내주는/삼기리 200살 팽나무”('그늘 부자' 본문중)는 시인의 고향 마을에 있는 나무를 소재로 한 동시이다. 오랜 세월 마을에 뿌리 내리고 있는 팽나무는 자신에게 찾아 드는 사물들에 넉넉한 품을 기쁜 마음으로 내어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무를 닮아 간다. 여름 한낮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가 눈을 맞추다 보면 우리도 시인이 될지 모른다. 또, 쪼르르 몰려다니며 초록 버찌, 까만 오디, 빨간 앵두를 골고루 맛보는 참새들한테는 새로운 맛집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맛집 탐방' 본문중)

이렇게 시인은 둥글게 감싸고 있는 자연에 기대어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덧 마음이 동시로 기울었고 동시를 쓰는 마법의 시간 속에 있는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와이파이 안 터지는 곳에 갔다/두근두근 불안불안//”('긴 하루' 본문중)는 휴대폰에 매달려 사는 요즘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단 아이들뿐이랴. 어른들도 매한가지이다. 시인은 휴대전화에 얽매여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이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삐삐 삐삐 쪼오옹”('말똥가리' 본문중), “구구 어서 오오 구구, 콕콕 꼬소 콕콕 꼬소”('비둘기 잔칫날' 본문중)처럼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내는 말이 동시집에 많이 나온다. 그런 동시를 만난다면 꼭 큰소리로 읽어보길 권한다. 시인은 아마도 우리말의 소리를 따라 하다가 혀가 꼬여서 ‘푸하하’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만개의 이랑을 두루 적시는 만경강이 시작되는 곳, 완주 고산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지금은 어린이들과 즐겁게 그림책 놀이,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제36회 전북 여성백일장 산문 부문에 입상하며 2019년 '전주사람 전주 이야기'에 동화 '창암 바람'을 발표했고, 2020년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공저), 2023년 산문집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공저)를 펴냈다. '소년문학' 신인문학상(부문:동시)을 수상했으며,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 예술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전북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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