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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제사

이택회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9월 23일 14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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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시했다. 관혼상제는 사례(四禮), 곧 관례, 혼례, 상례, 제례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갓을 쓰거나 비녀를 꽂고, 혼례를 올리고,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통과의례(通過儀禮)였다. 오늘날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고려 말에 중국의 예법이 전래되고 조선에 와서이다.

이제 관례는 성인식으로 바뀌었지만 사라졌다. 혼례와 상례는 의식이 좀 달라졌고, 제례는 서양 종교의 영향과 젊은이들의 기피로 예전 같지 않다. 한가위와 설날에 차례를 지내는 것은 제례의 일종이다. 한가위의 역사가 신라 때부터이고 보면, 이 또한 천여 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 왕은 사대봉사(四代奉祀), 곧 4대까지 제사를 지냈다. 정3품 당상관은 3대, 종3품 이하는 부조(父祖)의 제사만 지냈다. 이런 제사가 조선 후기에 4대까지 확대되고, 다시 1894년 이후 신분제도가 사라지면서 너나없이 양반들 흉내를 내게 되었다.

우리 형제도 부모님 제사를 빠짐없이 지낸다. 차례도 지낸다. 2019년 말에 ‘코로나 19’라는 돌림병이 생기고, 2020년 초에는 방역당국이 서로 만나지 말라고 하여, 아버지 제사와 한가위 때 차례도 혼자서 지냈다. 그러다가 어머니 제사와 설날 차례 때는 가까이 사는 동생들만 참여케 하였다.

이즈음 제사나 차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제사나 차례 때 돌아가신 분들은 제수의 냄새만 맡는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들이 식사할 일도 없고, 설령 식사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 있는 기제사와 명절 때 냄새 맡는 것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더구나 이미 돌아가신 분들인데. 제사나 차례의 의의는 그것을 핑계 삼아 후손들이 모여서 고인을 추모하고, 감사해하고 후손들끼리 우의를 다지는 데 있다.

또 지내지 않으면 어떠랴. 제사가 있기 전에 돌아가신 분들은 어찌 되며, 서양 종교를 믿는 이들의 조상은 또 어찌 되며, 아직도 제사법을 모르는 이들의 조상은 어찌 된 것인가. 사람들이 신과 종교를 만든 것처럼 돌아가신 분들에게 제수를 올려놓고 의식을 하는 것도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후손들이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고(윤회봉사, 輪回奉祀), 나누어서 지내기기도 하고(분할봉사, 分割奉祀), 외손이 지내기도 했다.(외손봉사, 外孫奉祀) 그러다가 17세기 말에 장자 중심으로 상속이 이루어지면서 장손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여 대를 잇는다는 의식도 희박하고, 제사나 차례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어느 것이 합리적인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이다.

올해도 한가위 연휴 때는 대전현충원 출입을 막는다고 하여 미리 다녀왔다. 이곳에 부모님을 합장했다. 며칠 전에는 동생들과 펜션에서 만났다. 이번 한가위 차례는 혼자서 지내겠다고 하였다. 명절 연휴 때는 오히려 쉬고 싶다. 나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 이래저래 핑계대서 형제자매들끼리 밥 먹고 한 잔 마시는 일을 한 번이라도 더 가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택회 작가는



수필가,

시조시인,

익산교원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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