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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매미 이야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8월 12일 13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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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방충망에 매미가 매달려 있다. 한참 동안 미동도 없다. 매미는 기어오르고 있는 형상이다. 미세하지만 오른쪽 앞다리가 왼쪽보다 좀 더 위로 치켜 올려져 있다. 왼쪽 뒷다리는 오른쪽보다 더 위다. 수 시간째 그대로다. 방충망을 건드려볼 수 없었다. 힘없이 툭 떨어질 게 두려워서다. 저대로라면, 잠시 쉬는 꼴이다.

저 매미의 일생을 떠올려본다. 알에서 부화해서 땅속에서 길게는 17년간을 굼벵이로 살았을 것이다. 밖으로 나와서는 다섯 차례의 허물을 벗고 나서 비로소 성충이 되었다.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이슬과 나뭇진을 먹고 살았다. 그동안 짝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 울어댔다. 몸을 반절 이상 텅 비워놓고 오로지 울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 청각 기능마저 끈 채 몸이 부서져라 하고 울었다. 매미는 지금 면벽 수행하는 자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지난 5일, 부산에서 조울증 환자가 의사를 무참하게 찔러 살해했다. 환자는 병원 규칙을 상습적으로 어겨왔고 이에 의사는 퇴원을 감행했다. 거기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비극이었다. 이미 환자는 앞서 7월 31일, 전산상 퇴원 조치가 되었으며 오갈 곳이 없다고 해서 병원 측은 주말 동안 숙식을 제공해준 상황이었다. 은혜가 악으로 돌아왔다. 병원은 지역의 님비현상과 관련한 법정 공방을 오랫동안 해왔고, 최종판결이 나서 지난해 어렵게 개원했다. 고인은 건물 및 소송비용에 따른 지출이 많은 탓에 불거진 적자경영을 이겨내기 위해 다른 병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난폭한 환자를 제어할 남자 직원을 둘 형편도 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환자에 의해 숨진 후 ‘임세원 법’이란 이름으로 정부의 대책이 발의되었지만, 30개의 법안 중 3개가 통과되었을 뿐이다. 2019년 4월에 통과된 임세원 법에 의해서 100병상 이상 정신병원 · 종합병원에서는 비상벨과 보안요원을 두고, 입원환자 1인당 하루 1,210~3,200원의 환자안전관리료를 신설해서 비용을 조달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의원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일해본 사람들은 저마다 폭력에 대한 일화들이 있다. 나는 근 20여 년간 정신과 간호사였다. 언어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에 멍이 들도록 맞은 적도 있다. 문을 열기만 했는데 느닷없이 당한 일이었다. 한번은 나를 겨냥해서 칼을 들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환자도 있었다. 모두 그런 위험을 각오하고 일한다. 내가 지금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여러 부정적 생각을 내려놓고 긍정의 강력한 믿음으로 오로지 헤쳐나갈 뿐이다.

고인은 오래전 내가 애송이 간호사였을 때 라면을 얻으러 병동에 들리곤 했다. 인간이 페르소나를 벗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오랫동안 꼼짝 않던 매미가 날아갔다. 먹구름 너머 하늘이 본래의 낯으로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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