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선비 최제학(1882-1959)이 스승 최익현을 만나러 서울로 간 까닭이 무엇 때문일까’ 

1905년 1월 29일(음력, 이하 같음)부터 2월 25일까지의 사실을 기록한 최제학(崔濟學)의 ‘부경일기(赴京日記, 모덕사 소장)’에 따르면 스승 최익현(崔益鉉)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 다녀온 것은 일본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충청, 강원, 전라, 경남 지역에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72건을 조사하고, 그 목록과 중요일기 27편의 해제(解題)와 시각 자료를 수록한 ‘조선시대 개인일기4 -충청?강원?전라?경남’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부경일기’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문장과 필체로 당시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기록이 아니므로 대부분이 정형화되지 않은 필체로 쓴 필사본이다. 

내용 파악도 어렵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인 만큼 그 소재 파악도 어렵지만 저자가 생활한 지역의 명소나 풍속, 만난 사람들과의 교유관계, 관인(官人)의 일상에 나타난 여러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적혀 있어 조선시대의 소소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들이 많다.

진안 목동(성수면 도통리 일대) 출신 최제학이 서울에 도착해 최익현을 알현하던 날에 최익현은 일본을 배척한 상소 때문에 체포돼 일본군 사령부에 구금됐다가 이후 본가가 있는 충남 정산(定山)으로 강제 이송됐다. 

저자는 이 일기에 그 전말을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일기는 13장(26면) 분량의 필사본이다. 표제는 ‘최제학재경일기(崔濟學在京日記)’이며, ‘을사년 이월(乙巳年 貳月)’이라는 편목 표시가 있으며, 내제는 ‘부경일기(赴京日記)’이다. 일기의 시작 일은 을사년(1905년) 1월 29일이며, 마지막 일자는 2월 25일이다. 날짜가 바뀌어도 행을 바꾸지 않은 채 전날 일기가 끝나는 지점에 이어 기록한 게 특징이다.

일기의 내용은 크제 최제학이 일행과 함께 진안을 출발, 서울데 도착하기까지의 여정과, 최익현이 일본군에 붙잡혀 일본군 사령부에 구금되었다가 포천을 거쳐 충남 정산으로 이송되는 과정에 대한 기록으로 구성됐다. 저자 자신의 여정은 1-2줄로 간단하게 기록한 반면 최익현의 행적, 특히 그가 일본군에 대적해 큰소리고 꾸짖고 호령하는 등의 저항 및 항일 행적은 매우 상세하게 기록됐다. 2월 6일자 기록은 전체 분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거의 8면에 이른다. 이를 통해 일기의 저술 목적이 저자의 스승인 최익현의 항일 행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데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1월 30일 진안 산정리 이난향(李蘭香)의 충열비를 지나 저녁엔 진안 보한리에 도착해 묵었다. 이난향은 홍(洪)습의 노비로, 임진왜란 때 주인 홍습을 위해 고문을 당하다가 혀를 깨물고 자결했으며, 이전에는 병든 남편을 위해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었던 인물이다. 2월 1일엔 무주 적상산성을 지나 한풍루에 도착했다. 20일 일본 병사 2명이 최익현을 강제로 기타에 태웠다. 때문에 이 일기는 ‘습재실기(習齋實記)’ 소재 ‘을사부경일기(乙巳赴京日記)’’와 상호 대조해서가감된 부분을 함께 검토한다면 당시의 정황을 보다 상세하고 정확하게 살피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 ‘조선시대 개인일기4 -충청?강원?전라?경남’은 옥구출신 임병찬(林炳贊, 1851-1916)의 ‘해외일기(海外日記, 모덕사 소장)’도 의병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1906년 6월 26일부터 11월 17일까지의 기록으로, 면암 최익현이 태인(泰仁)에서 의병을 일으켜 체포된 일로부터 순국하기 까지의 행적을 날짜별로 기록했다. 최익현이 3년 형을 받아 대마도로 압송되는 과정에서부터, 섬에 도착 후의 수감 생활과 발병 및 투병을 거쳐 임종하기까지 그의 마지막 행적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1906년 6월 26일 태인의병 13인은 최익현 감금 3년, 임병찬 감금 2년, 고창출신 고석진, 최제학은 각각 감금 4개월, 김기술 이하 9인은 각각 곤장 100대 후 석방 선고를 받았다. 11월 17일 인시(寅時)에 최익현이 운명했다고 기록됐다.

‘대마도일기’ 등 다른 이본들과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각각 기록 범위에서 차이가 있는 등 상호 비교해 보면 최익현 및 의병들의 대마도 생활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