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4월18일 13:56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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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미래 찾아나선 '공딩'

[초점] 공무원시험 열풍<하>
대학 졸업장 대신 공무원 합격증을 따려는 고등학생이 늘고 있다.

심화되는 취업 대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등학생들까지 공무원 학원을 찾는 웃지 못할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공무원 시험 과목에 국어, 영어, 한국사 등 고등학교 과목들이 들어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비좁은 대학 관문을 통과해도 취업 전쟁에 시달리는 현실 때문에 일찌감치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공무원 시험으로 목표를 선회했다.

19일 전주 진북동 전주행정고시학원 2층 강의실에는 9급 공무원 한국사 수업이 한창이다. 대학 졸업반 학생부터 40대 늦깍이 공무원 준비생까지 다양하다.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들 가운데 한 눈에 봐도 고등학생임을 알 수 있는 앳된 얼굴도 띄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수강생 150여명 중 40여명이 ‘공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재수생)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모(여·20)씨는 지난해 3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오후 6~10시까지 학원에서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밤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이씨는 “취업난이 심각해 고민하던 중 부모님 권유로 공무원 준비를 하게됐다”며 “오는 4월 첫 시험을 치르며, 이번 시험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음 해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딩 유모(20)씨는 지난해 서울권 대학 경제학과에 수시 모집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 대신 공무원 학원 등록을 선택했다. 유씨는 “대학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단 공무원 합격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수능 시험과 공무원 시험 문제가 유사해 고등학생들이 많이 준비한다”고 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대신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고등학생도 있다. 올해 고2가 되는 정모(여·18)양은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을 준비하기 위해 수능 문제집 대신 공무원 시험 문제집을 들었다. 또래 친구들이 누릴 캠퍼스 생활이 부러울 법도 하지만 불확실한 캠퍼스 낭만보단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고 싶은 마음에서다.

정양은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어차피 공무원이 될 운명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공무원 직종 조기 쏠림’ 현상에 대해 전주행정고시학원 관계자는 “취업 시장이 장기간 얼어붙고, 일부 기업에서는 신입 사원들에게 명예 퇴직, 희망 퇴직을 강요하자 대학 졸업장보다 실리를 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적성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공딩들의 안타까운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