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몰래 갈비먹는 모습보고 "대통령 각하 새 장가 드십시오"
제1화 : 지사 재임 중, 한번은 서울 중앙청에서 전국 지방장관 회의가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자리에는 정 · 부통령을 비롯, 국무총리, 각부 장관과 각도 지사들이 합석했다.
점심을 한창 하던 중인데 이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잠시 자리를 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황급히 상 위의 쇠갈비를 맛있게 뜯는 것이 아닌가. 평소에는 영부인이 말려서 갈비 등 맛있는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를 본 신현돈 지사는 “각하! 장가를 새로 드시지요.”라고 나직한 소리로 진언을 했다. 이 말에 그 자리에 있었던 각부 장관과 시 도 지사들은 깜짝 놀라 숨을 죽이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직언도 좋지만 도저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말이다. 도지사가 어떻게 나라의 원수인 대통령에게 홀아비도 아닌데 새 장가를 들라고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이 순수했거나 아니면 낭만적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옳은 생각이면 못참는 직언파... 총리 회견에 나섰다가 핀잔받기도
제2화 : 또 한번은 1948년 10월 중순의 일이다. 지사로 취임한지 약 한달쯤 되던 때다. 그 때 여순(麗順) 국군반란사건이 일어나 지리산 지역이 매우 소란했다. 당시 국무총리 겸 국방부장관이었던 철기 이범석(鐵驥 · 李範奭) 장군이 급거 남원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었다. 이 국무총리는 그 자리에서 “결단코 1개월 이내에 반란군을 완전히 소탕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현돈 지사가 불쑥 일어나서 “방금 총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되리라 믿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한달이라는 기한만은 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이범석 국무총리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 도대체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말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이같이 분위기가 썰렁한 속에 기자회견을 끝내고. 총리가 밖으로 나가자, 신 지사는 기자들에게 다시 “뒷일은 내가 책임 질 테니 그 ‘한달’이란 말은 ‘단 시일’로 고쳐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이렇듯 신 지사는 옳은 생각이면 못참는(?) 직언파였다.
신 지사는 그 후, 이른바 ‘시국 대책 비’ 문제로 정치적 모략에 걸려 11개월만인 1949년 8월 17일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직접적인 이유는 당시 국회 내무위원장이던 나용균(羅容均)의원(정읍 갑구)과 도 내무국장 신석빈(辛錫斌)씨와의 갈등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다음의 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 의원은 신씨와 대결한 끝에 2천2백1표차의 차점으로 낙선되고 말았다. 그러나 신석빈 의원은 6 · 25 때 불행히도 납북되었다.
7개월 사이에 3장관 거쳐... 관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병원으로
제3화 : 1960년 4 · 19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진 이해 7 · 29 총선에 민주당 공천으로 무주에서 출마하여 1만2천599표로 차점자보다 5550표를 더 얻어 당선 됐다. 그는 원래 민주당 중도파였으나 장면 총리의 끈덕진 회유에 의해 신파에 가담했다.
그리하여 1960년 8월 23일, 장면 정권의 첫 조각 때 보사부장관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 · 구파로 분당되어 장면 총리는 안정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파측에서 5명을 입각시키기로 하여 불과 20여일만인 9월 12일 무임소장관으로 자리를 바꿨다. 그의 후임 보사부장관에는 전북지사 때부터 악연(?)이던 나용균(정읍 갑)의원이 이른바 파견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신현돈 무임소장관은 2개월여 만인 1960년 11월, 다시 내무부장관으로 기용됐다. 그가 내무장관이 된 것은 성품이 강직한데다가 5년여에 걸쳐 전북 · 경북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어 당시 새 정권안에서는 누구보다도 지방행정에 밝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지남 신현돈씨는 의사이면서도 관력(官歷)이 화려한 분이다. 우선 국회의원 두 번에 도지사도 전북 · 경북의 도백을 두번 지냈고, 거기에 장관직도 무려 세 번이나 지냈으니 말이다.
/전북향토문화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