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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대화 - <지옥의 경비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1.05.01 18:30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놓칠 수 없는 섹션이 있다. '큐어'의 감독 구로사와 키요시의 특별전이 그것이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네 편이 상영되는 특별전은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작품세계를 완전하진 않지만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4월 30일과 5월 1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특별전에 대한 리뷰는 후에 충실하게 올리기로 하고 4월 30일 상영된 '지옥의 경비원'의 관객과의 대화를 싣기로 한다. 키요시 감독은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말을 곧잘 하는 사람이었고 굉장히 잘 생긴 사람이었다.!Q : 이 영화는 도대체 왜 만든 겁니까?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가 하는, 살해 방법론에 대한 영화입니까?A :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10년전 작품이라 왜 만들려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일동 웃음.) 헐리우드에서는 이런 장르의 영화가 있지만 10년 전 일본에는 이런 장르의 영화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본거고 정착시켜 보고자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10년전 이 작품 하나로 이 장르는 끝났어요. 그런 의미에서 실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스펜스, 호러, 살인 등을 더 철저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또다른 것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완성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경비원은 아주 나쁜 녀석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만 영화를 진행하다보니 그 캐릭터가 좋아져서 뭔가 숭고한 임무를 가진 녀석으로 변해버렸지요. (일동 웃음.)Q : 영화 마지막 부분에 경비원이 '내 몸에는 절망적인 시간이 흐르고 있어...당신들과는 다른 시간이지.' 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경비원의 성격, 존재는 무엇입니까?A : 경비원은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에요.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원리를 가진 존재이지요. 보통 인간들은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 가지만, 경비원은 이 사회라는 틀 밖에서 살고 있는 존재입니다.Q :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그림 매매를 하는 회사입니다.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고야의 그림을 자주 클로즈업 시켜주셨는데요..그 의미는 무엇입니까?A : 십년전 일본의 경제상황은 거품 경제였습니다. 따라서 고가의 그림 매매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기였지요. 영화 속에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고야의 그림을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영화 작업 중 주인공의 성격과 맞는 것 같아서 친구의 모조품을 빌려 사용하게 된 것이죠.Q : 이 영화를 아웃사이더가 주류를 공격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촌스런 B급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B급 영화의 미덕은 무엇입니까?A : 세계적으로 봤을떄 일본 영화의 전통이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촌스럽게 만들 의도는 없었어요. 아무래도 헐리우드보다는 자본력이 딸리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촌스러워도 이런 장르의 영화를 일본에서 만든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Q : 영화 속 사건들의 개연성이나 필연성, 등장 인물들의 성격들이 설득력 없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면에서 실패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제 감독님의 작품이 세 편 카리스마, 강령, 인간합격 세 편 남았는데요. 추천을 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꼽으시겠습니까?A : 영화 내용의 개연성, 필연성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현실과 가까운 미디어는 바로 영화라는 것인데, 사실 현실에서 필연성, 개연성이 오히려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헐리우드 B급 호러 액션물을 만들고자 했다면 실패작이었겠지요. 또 발표 당시 흥행에서 참패하소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음..지옥의 경비원이 재미있었던 분은 강령을, 재미없었다는 분은 인간합격을 둘 다 아니라면, 중간이라면 카리스마를 권합니다.Q : 살인자를 경비원으로 상정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관료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일부러 낮은 계층에 속하는 경비원을 선택하신 겁니까?A : 전혀 일본사회에 대한 일본의 관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경비원은 모든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위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비원이 거꾸로 모든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경비원이란 직업을 택한 겁니다.Q : 극중 인물 둥 효도의 캐릭터가 이중적으로 느껴집니다. 전반부에서는 음모론자 같더니 후바분에서는 휴머니스트로 보입니다. 어떤 인물을 나타내고 싶으셨습니까? 그리고 영화를 보니 고다르적 맥락과 색채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는지요?A : 오래된 작품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처음에는 신비하고 비밀이 많은 캐릭터로 생각했으나 완성작에는 처음에는 악한 듯 하다가 나중에는 선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헐리우드의 등장인물 성격 패턴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그리고 장 뤽 고다를 잘 모르지만 좋아합니다.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것을 화면 속에 많이 숨기려고 하는 편인데, 만약 이런 질문이 없었다면 다른 관객들은 고다르적 색채를 발견하지 못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Q : <13일의 금요일>같은 호러의 절대적 살인마가 등장하는 패턴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습니다. 호러에 대한 비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그리고 앞으로 호러를 찍을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A : '지옥의 경비원' 이후 많은 호러를 찍었습니다. 호러를 찍는 이유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제 관심 때문입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무척 어렵지만 죽음을 다루게 되면 필연적으로 호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 호러는 헐리우드 호러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Q : 인터뷰 중 헐리우드 언급니 많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 경비원은 덩치가 매우 큽니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컴플렉스를 반영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제작 당시 미국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은 무엇이었습니까?A : 원래 경비원은 전직 씨름선수로 설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씨름선수나 혹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키가 매우 큰 연기자 중에서 고른 것입니다. 일본은 미국영화나 문화에 대해서 컴플렉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프지만 특히 영화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Q : <13일의 금요일>의 영향을 받았나요? 그리고 살인동기가 불분명합니다. 무엇입니까?A : <13일의 금요일>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보다 토비 후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누군가 어떤 행동을 한다면 행동을 한 당시에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을 한 후에 나중에 이유가 뒤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범인은 보통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사람이므로 보통 사람인 저와 관객 여러분들도 그가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에는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지적을 자주 듣습니다. 결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아웃사이더 감독은 이러한 영화를 만들어도 되지 않나..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한국말로)인터뷰 내내 성실한 자세로 답변한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작품 두편이 오늘 상영된다. 안타깝게도 이 특별전 상영작은 한 번밖에 상영되지 않는데다가 이미 오늘 상영 예정인 '강령'과 '카리스마'는 매진되었다. 표를 구하지 못해 두 영화를 못 보실 네티즌들을 위해 본 기자 (서서라도 보고) 열심히 뛸 것을 약속드린다. /청출어람 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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