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식탐정 허균 2 - 홍길동 살인 사건(지은이 현찬양, 펴낸 곳 래빗홀)'은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된 동명의 작품을 소설화한 《식탐정 허균》의 후속작이다.
유배지에서 맞닥뜨린 사건을 독보적인 식탐과 뛰어난 미각으로 해결했던 허균이 이번에는 암행어사가 되어 다시 한번 추리를 펼친다. 왕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라 함열에 잠입한 허균 앞에 원인 모를 죽음에 이르는 ‘저주 사건’부터 정체불명의 독까지 수수께끼 사건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161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한식의 원형이 된 각종 산해진미가 등장한다. 허균이 자신의 특출난 입맛과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활용해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홍길동전》의 탄생 비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비틀며 힘없는 이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유배객으로 위장해 함열에 잠입한 허균에게 어느 날 수상한 의뢰가 들어온다. 한 남자와 1년 이상 산 적 없는 일명 '재수 없는 여인' 백부인이 자신의 남편과 시모를 저주해 병을 앓고 말았으니 그를 기소해달라는 것. '저주로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 앞에 《식탐정 허균: 화왕계 살인 사건》에서 역모 사건을 파헤친 허균 일행이 또 한 번 뭉친다. 산 사람의 맥을 찾지 못해 허준에게 파문당한 의생 '재영'과 찬모이자 다모로서 똑 부러지고 눈치 빠른 '작은년'은 이번 편에서도 예리하지만 특유의 식탐과 허술함으로 곤경에 처하는 허균을 도우며 그의 추리에 든든한 힘을 보탠다.
저주 사건을 수사하며 그 뒤에 도사리는 거대한 음모에 서서히 다가가는 허균. 사건을 해결하며 어느덧 '조선의 해결사'로 거듭나는 허균의 흥미진진한 모험은 오랜 시간 왕족과 양반을 중심으로 써 내려갔던 조선의 모습을 민중들의 목소리로 재구현한다. 당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미궁에 빠진 죽음을 풀이하는 허균의 수사는 유쾌한 웃음과 추리의 묘미를 자아내며 조선 제일 명탐정의 성장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함열 지역 효부 백씨 부인 편의 이야기 일부를 소개한다.
백씨 부인은 전라도 함열에 사는 김춘재의 부인이다. 그는 남편을 잃은 와중에도 시모를 잘 봉양하였는데 시모 노씨가 악질을 얻어 매일 병이 발해서 기절하니 이에 백씨 부인이 밤낮으로 곁에 모셔 하늘에 부르짖으며 두루 의약을 구하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산 사람의 뼈를 피에 섞어서 먹이면 가히 낫는다" 하므로 백씨 부인이 즉시 왼쪽 손가락을 끊어 그 말대로 하여 바쳤다. 효부의 마음 절박하여 푸른 하늘에 부르짖으매 누가 알았으랴. 영단(靈丹)의 약이 도리어 손가락을 잘라 곱게 갈아 만든 것임을. 하여 시모 노씨는 열흘을 더 살았으나 결국 눈을 감았고 효부 백씨 역시 먼저 떠난 남편과 시모의 뒤를 따르고 말았으니 하늘이 내린 효부로다. 이에 글을 써서 그 뜻을 기리고 그림을 그려 뜻을 새기고 문을 세워 공경을 표하니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어린아이거나 부녀이거나 모두 즐겁게 보고 익히 들어 그 그림을 펴보아 형용(形容)을 생각하며 그 시를 읊어서 성정(性情)을 체득하면, 모두 흠선(欽羨)하고 감탄하며 권장되고 격려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만인이 효부의 높은 풍모를 향해 읍을 할 것이니 그 자자한 명성이야말로 영원하고 무궁하리라. 효부문의 건립식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변양걸은 물론 마을의 높은 양반과 비천한 노비까지 모두 나와 마을의 경사를 축하했으나 나와 허형, 그리고 작은년은 마음이 참혹하여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변양걸에게 이후의 이야기를 들으니 백부인은 시모에게 단지하여 피를 먹였음에도 시모가 결국 사망한 것에 실망하여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고 한다. 백부인은 유서를 남겼는데 지아비를 따라간다는 문장이 있었으므로 의심할 바 없이 그는 효부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물가에 신발을 벗어두었기에 그것으로 장례를 대신 치렀다고 하는데 김춘명이 어찌나 거창하게 상을 치렀는지 고용한 곡비*만 열 명이 넘어 오일장 내내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김춘명은 후에 효부문의 덕분으로 관직을 얻게 되었는데 마침 함열 현감 자리가 공석이니 임금의 은혜로 함열 현감으로 제수되었으며 대비의 축하를 받았고 탁소북의 영수, 류영경의 막내딸과 혼인하여 중앙의 끈까지 생겼으므로 이번 사건으로 이득을 본 자는 김춘명뿐이었다.
단지 그날의 반찬거리로 쓰기 위해 채취한 나물이 이따금 독초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원추리와 여로는 비슷하게 생겼으나 하나는 무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하나는 독초이니 먹으면 죽는다. 하면 '그 여인'은 원추리였던가, 아니면 여로였던가?
집에 돌아와 보니 담장 위에 익숙한 옷 한 벌이 걸려 있었다. 깨끗이 빨아 빳빳하게 풀을 먹여 다림질이 된 그것은 내 기억하기로 지난번에 백부인이 저수지에 빠졌을 적에 허형이 백부인에게 둘러준 것이었다. 작은년이 그것을 걷었는데 두루마기의 뒷길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매화네요" 붉은 먹을 점점이 찍고 갈필로 가지를 삼아 매화를 그려낸 솜씨가 아주 대단했다. 그리고 낙관이 있어야 할 곳에 '梅窓(매창)'이라는 이름자가 쓰여 있었는데 낯선 이름이었으나 우리 모두는 같은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매창. 매화로 창을 내어 자유를 찾았으니 딱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1, 2권은 영국 대형출판그룹 아셰트UK와 억대 선인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이종근 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