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송만규 화백이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 '강의 노래, 경계의 풍경'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추진하는 '2026 지역예술도약지원 통합전시(2026 ARKO LEAP)'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ARKO LEAP'는 전국 각 지역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 프로젝트다.
송화백은 수십 년간 한지와 수묵을 통해 강의 생명력과 평등, 상생의 사상을 화폭에 담아온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한국화가다. 오랜 시간 섬진강 상류에 화실을 두고 강의 사계와 그 속에 담긴 민족의 애환을 대작 중심으로 그려왔다. 이번 개인전 '강의 노래, 경계의 풍경' 역시 물줄기가 지닌 묵직한 철학과 자연의 생태적 가치를 수묵의 깊은 필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수십 년간 강을 그려왔다. 섬진강에서 시작된 그의 시선은 만경강과 임진강, 두만강, 해란강으로 이어지며 지리적 풍경을 넘어 역사와 생명의 흐름을 탐구해왔다. 작가에게 강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시간이 축적된 장소이자 인간과 자연, 역사와 기억이 교차하는 사유의 공간이다. 물길을 따라 걷고 머무르며 반복적으로 강을 마주하는 행위는 풍경의 재현을 넘어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회화는 순지 위에 수묵과 담채를 사용하여 물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물에 풀린 먹이 종이에 스며들고 농담을 달리하여 형성하는 화면은 강물이 흐르고 축적되는 시간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높은 곳에서 강의 전체를 내려다보는 부감의 시선은 단순한 지리적 조망이 아니라 발원지에서 바다에 이르는 강의 생애를 하나의 흐름으로 펼쳐 보인다. 안개와 물결, 갈대와 모래톱, 계절마다 변화하는 빛과 색채는 오랜 관찰과 반복된 경험을 통해 살아 있는 생태적 풍경으로 나타난다.
송만규의 강은 지리적 장소인 동시에 역사의 상처를 품은 공간이다. 섬진강이 지친 삶을 위로하는 치유의 장소라면, 만경강은 고향의 기억과 평온함을 간직한 물길이다. 반면 임진강과 두만강, 해란강은 분단과 실향, 독립운동과 이주의 역사를 환기한다. 경계 없이 흐르는 물과 달리 인간의 삶을 가로막는 국경과 철조망은 강의 풍경 속에서 역사적 긴장을 드러낸다. 그의 화면에서 강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공동체의 시간과 민족의 삶을 품는 역사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작업의 바탕에는 차별 없이 흐르고 모든 생명을 품어 안는 물의 속성에 대한 사유가 자리한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강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과정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겸애(兼愛)와 대동(大同)의 세계를 상징한다. 송만규의 회화에서 강은 고정된 지리적 좌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생명의 존재이다. 그의 붓은 자연을 관조하는 시선에서 나아가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를 기록하며, 물의 흐름 속에서 치유와 그리움, 역사와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섬진강의 치유에서 시작, 만경강의 평온함을 지나, 임진강과 두만강의 한(恨)을 품고 흐르는 이 물길들. 그것은 상처를 씻어내는 치유의 에너지이자, 분단의 아픔을 넘어 모든 갈라진 것들을 하나로 모으는 대동(大同)의 바다로 향하는 생명의 여정이다.
전시 개막을 알리는 오프닝 행사는 5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전시 기간 중에는 관람객 및 미술 관계자들과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와 후학들을 위한 '원로 작가 멘토링'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함께 열려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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