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한반도 고인돌 문화의 요람이자 거석문화의 전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핵심 지역이다. 그러나 고창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공식 조사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미지정 고인돌들이 무수히 산재해 있다. 유적이 넓은 지역에 분포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토지 이용상의 제약이나 개발 불이익을 우려해 발견 후에도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수면 우평리 독실마을에서 확인된 고인돌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행정관청의 관리번호조차 없던 이 고인돌은 마을 민가 장독대 뒤편에서 담장의 일부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필자는 독실마을 우백호 능선에 자리한 고인돌을 ‘우평리 고인돌 1호’, 좌청룡 끝자락 당산 아래의 고인돌을 ‘우평리 고인돌 2호’로 각각 명명하였다.
고창천과 고수천 유역의 넓은 충적평야, 이를 둘러싼 구릉과 영산기맥의 산줄기는 선사인들에게 안정적인 농경 기반을 제공했다. 특히 우평리와 봉산리 일대는 나지막한 야산과 비옥한 평야가 맞물려, 생활 기반 확보는 물론 사방으로 열린 조망을 통해 하늘의 운행을 관찰하기에 매우 유리한 지형적 특색을 지닌다.
고인돌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덮개돌의 외형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유적이 자리한 고도와 사면, 주변 산줄기의 방위, 그리고 지평선 조망권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우평리 고인돌 1호는 해발고도 약 30m 야산 하단부에 위치하며, 장축 약 270cm, 단축 약 200cm, 두께 약 100cm의 부정형 마름모꼴 덮개돌을 갖춘 개석식 구조다. 이는 평야로의 접근성을 고려한 입지인 동시에, 주변의 자연 지평선을 기준으로 일출과 일몰, 천체의 이동을 정교하게 측량할 수 있는 장소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평리 고인돌 1호의 학술적 가치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덮개돌 중심축(약 160°–340°)이 갖는 고고천문학적 방위성이다. 현장 방위각 측정 시 자기편각 보정과 측량 오차를 엄밀히 반영해야 하나, 160°–340° 축은 남북 방향에 가까운 축선이자 특정 절기 천체의 출몰 지점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실제 160° 방향으로는 영광의 고성산과 태청산 일대가 아득히 조망된다.
특히 우평리 일대의 지형적 지평선은 계절별 태양의 운행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부합한다. 하짓날 태양은 방장산 북쪽 아래에서 떠오르고, 춘분·추분에는 방장산 남쪽 양고살재에서, 동짓날에는 두류산 방향에서 정확히 일출이 관찰된다. 농경사회에서 절기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한 해의 농사를 결정짓는 생존의 문제였다. 선사인들은 무덤이라는 신성한 공간의 중심축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주변 산줄기의 솟은 봉우리와 고개를 자연의 천문 표지로 삼아 태양의 주기를 측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덮개돌 표면에 새겨진 성혈은 고인돌의 천문학적 기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다. 성혈은 단순한 풍요 기원의 주술적 흔적을 넘어, 밤하늘의 주요 별자리를 바위에 모사한 ‘선사시대의 천문도’일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우평리 고인돌 1호 역시 성혈이 존재하나, 현재는 담장에 가려 일부만 확인된다. 향후 성혈의 크기, 깊이, 기하학적 배치 규칙성을 3차원 스캐닝으로 정밀 분석한다면, 당대 인류가 인식했던 밤하늘의 별자리 체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동쪽 약 30° 방향의 상평리 고인돌군, 북쪽 약 1.4km 지점의 도산리 탁자식 고인돌과의 공간적 관계는 단일 유적을 넘어선 광역 천문·의례 공간 체계의 존재를 시사한다. 우평리 고인돌 1·2호의 발견은 민가 담장 아래에 묻혀 있던 선사인들의 우주관과 천문적 지혜를 우리 앞에 다시 불러냈다. 고인돌은 단순한 매장 유구를 넘어 대지와 하늘의 운행이 교차하고, 천문 관측과 의례가 일치되었던 선사 문명의 집약체다.
고창군은 미지정 상태로 방치되어 훼손 위험에 노출된 우평리 고인돌에 대해 신속한 정밀 측량과 학술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 민가 담장을 정비하고 보존하는 조치는 수천 년 전 하늘의 운행을 읽어내던 고창 선사인들의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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