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점심시간, 건강한 식사를 위해 샐러드 가게를 찾으면 접시 위 풍경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파릇한 채소 사이로 닭고기와 달걀은 물론 퀴노아와 병아리콩, 렌틸콩, 면까지 다양하게 담겨 나온다. 소비자가 이제는 맛과 가격뿐 아니라 저칼로리·고단백 여부와 원재료, 식품첨가물까지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채소 중심의 가벼운 메뉴였던 샐러드는 어느새 영양과 포만감을 갖춘 한 끼 식사로 진화했다. 세계 포장 샐러드 시장이 2033년 약 2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성장하는 샐러드 시장의 재료 구성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건강식에 널리 쓰이는 퀴노아와 병아리콩, 렌틸콩의 상당 부분이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메밀면도 제품에 따라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그 수요를 국산 농산물의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건강식 수요를 국산 농산물로 연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능성은 팥과 녹두, 동부 같은 국산 두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단백질 함량은 건조 원료 기준 약 21~27%, 식이섬유는 10~18%로 병아리콩과 렌틸콩에 뒤지지 않고 퀴노아보다도 높다. 팥은 저항전분과 폴리페놀이 풍부하고, 녹두는 가공적성과 담백한 풍미를, 동부는 높은 단백질 함량을 강점으로 지닌다.
영양과 가공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국산 두류의 쓰임은 밥밑용이나 떡·앙금·죽·묵 같은 전통식품에 주로 머물러 왔다. 문제는 원료의 가치가 아니라, 이를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는 제품으로 바꿔낼 기술과 상품화 기반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식탁에 오르지 못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어렵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국산 두류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팥·녹두·동부로 만든 저소화성 두류면을 개발했다. 두류는 밀과 달리 글루텐을 형성하지 않아 함량이 높아질수록 반죽이 잘 뭉치지 않고 면도 쉽게 끊어진다. 연구진은 반죽 구조를 안정시키고 제면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국산 두류를 최대 100% 사용한 면을 만들었다.
두류면의 단백질 함량은 건량 기준 약 19~24%로, 메밀면보다 최대 2배, 세몰리나 파스타보다 최대 1.6배 높았다. 조리 후 시간이 지나도 면이 추가로 불어나는 정도가 적어 냉장 샐러드나 간편식에 활용하기 유리했다. 또한 세몰리나 파스타면보다 빠르게 소화되는 전분은 적고, 느리게 소화되는 전분과 저항전분은 많았다. 다만 이 같은 전분 소화 특성이 실제 혈당 반응과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두류면을 식사형 샐러드에 적합한 소재로 만든다. 파스타나 메밀면을 대신할 수 있고, 냉장 간편식과 밀키트, 단체급식 등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두류면의 사례가 보여주듯 농산물 소비는 생산 확대만으로 저절로 늘지 않는다. 익숙한 작물을 소비자가 찾는 제품으로 바꾸고 오늘의 식생활에 맞는 새로운 쓰임을 제시해야 한다. 국산 두류면은 단순히 수입 원료를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식품에 머물던 팥과 녹두, 동부를 현대인의 한 끼로 불러내는 시도다. 샐러드 한 그릇의 변화가 국산 농산물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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