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잘 익은 언어들을 만나러 갑니다(지은이 이지선, 그림 니나킴, 펴낸 곳 오르골)'는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책방지기 이지선의 두 번째 에세이로, 책방에서 만난 손님들과 함께 잘 익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책방을 운영하며 마주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읽다 보면 한두 번은 울고 두세 번은 웃게 되는 책.
힘든 순간마다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들, 웃픈 삶에서 건져 올린 성찰, ‘부캐’ 부자다운 저자의 특별한 도전,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책 이야기가 ‘잘 익은 우정’을 배경 삼아 이어진다. 부족함과 실패를 진솔하게 드러내며, 곁을 지켜준 이들 덕분에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결국 책방에서는 책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책방에 관심 있는 독자들뿐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가독성 높은 글과 함께 니나킴 그림작가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를 곁들였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 싫은 날, 책방 안에서 또 책 속에서 ‘잘 익은 언어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지은이는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에 ‘쓰기’만큼 좋은 일도 없었다”며, 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아울러 책방 ‘잘 익은 언어들’을 이어가는 힘은 바로 책방 손님들과의 ‘잘 익은 우정’에서 나온다고 덧붙인다.
책방 단골손님 12명이 북큐레이터가 되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하고(<책큐라는 이름의 우리>), 이러한 책큐 모임이 EBS 다큐 <책방은 살아 있다>에 소개되기도 했다. 저자를 대신해 영업사원을 자청하거나(<단 한 사람들>),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저자를 챙겨주고 수면 내시경 보호자가 되어준 이들(<덕분에 견딜 수 있었어>) 역시 책방 손님들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택배 차량에 책방 광고까지 붙여준 택배 기사의 에피소드는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다(<택배 차는 낭만을 싣고>).
또, 이 책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엉뚱한 사건들과 삶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순간들이 교차한다. 단순히 책방에서 광고를 촬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모한 ‘노란우산 소상공인 홍보모델 선발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차지하는가 하면(<노란 우산을 쓰고>), 시한부 단골손님과의 따뜻한 우정(<굿바이, 나의 정원>)과 친정아버지에 대한 추모 글(<아버지의 필사 노트>)은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잘 익은 언어들을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은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닿는 말인 동시에, 책방 문을 열러 가는 저자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잘 익은 언어들’은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책에 담아 전하는 좋은 언어들을 뜻하기도 한다.
책방지기 10년 차인 저자는 “어설픈 말보다 책을 건네는 일이 더 큰 위로가 된다”며 작가가 길어 올린 언어와 그 언어에서 힘을 얻는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1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 성인이 61.5%(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참고)인 현실과 반대로 동네책방의 노란 불빛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 다큐 <책방은 살아 있다>에서 책큐 멤버인 ‘동규 샘’은 동네책방을 굳이 찾아가는 이유에 대해, “동네책방은 소중하니까요. 손님들이 가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고, 가보면 작아서 위압적이지 않고, 좀 다정한 면이 있지요. 책방이 좋은 이유는 좋은 사람이 좋은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본문 42쪽)라고 답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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