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혐오시설, 주민에게 거부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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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바이오가스 시설과 폐플라스틱 파쇄공장 건립을 둘러싸고 한동안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를 단순히 환경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훨씬 분명하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의사결정권,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주민 거부권’이다.



핀란드의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인 온칼로(ONKALO)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핵폐기물 처분시설은 지역주민 입장에서 결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설이다. 핀란드는 장기간에 걸쳐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지역사회에 일방적으로 시설을 떠넘길 수 없다는 원칙이다. 소양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사업자가 먼저 입지를 정하고 행정절차를 진행한 뒤 주민설명회를 열어 “안전하니 이해해 달라”고 하는 방식은 진정한 주민참여라고 할 수 없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바케(Amager Bakke)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인 아마게르바케는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유럽이 그렇듯이 폐기물에서 전기와 지역난방을 생산하고, 건물 지붕에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저 공간까지 조성했다. 부담스러운 산업시설을 시민의 삶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소양면도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이오가스 시설이라면 단순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니라 지역 에너지와 자원순환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폐플라스틱 시설 역시 단순 파쇄공장에 그치지 않고 재활용 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시설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주민의 동의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업자는 악취, 소음, 분진, 수질오염, 대기오염, 교통량 증가 등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대표와 환경전문가, 행정기관, 사업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들이 직접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입지를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주민 거부권이다. 주민에게 거부권이 없다면 협상도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 사업자는 어떤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주민은 설명을 듣고 보상금을 협상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주민참여가 아니라 사후 동의 절차일 뿐이다. 물론 주민 거부권 역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 원칙은 명확해야 한다. 지역에 장기간 부담을 주는 시설이라면 그 부담을 감수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한 역시 지역사회에 있어야 한다. 보상과 결정권은 별개의 문제다. 마을기금을 주고 도로를 정비해준다고 해서 주민의 결정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권리, 바로 자신들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다. 온칼로의 교훈은 신뢰와 지역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아마게르바케의 교훈은 환경시설도 지역사회와 공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양면도 이제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①주민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라. ②주민에게 협상권을 보장하라. ③주민에게 수정 요구권을 보장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④주민에게 거부권을 보장하라. 그래야 주민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시설을 떠안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혐오시설 문제의 해법은 주민을 어떻게 설득해서 찬성시키느냐에 있지 않다. 주민이 거부할 권리를 먼저 인정하고, 그 권리를 존중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①주민이 결정하지 않은 시설을 주민의 시설이라고 부를 수 없다. ②주민에게 거부권이 없는 혐오시설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강길선 <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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