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순간과 기억을 담아내다

마지영, 청목미술관 개인전 ‘Moments’

공유
기사 대표 이미지

[새전북신문] 마지영 작가가 13일부터 18일까지 전주청목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Moments≫를 갖는다. ‘흔들리던 순간조차 찬란했던, 기억의 유닛(Unit)’을 부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다양한 순간과 기억을 담아낸 평면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고독과 상실, 그리움과 치유 등 삶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이 쌓여 하나의 삶을 이루는 과정을 조명한다. 작가는 불완전하고 흔들렸던 순간들 역시 오늘의 자신을 지탱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삶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작은 사각의 입체적 유닛(Unit)으로 시각화한다. 각각의 유닛은 독립된 색채와 겹겹이 쌓인 물성을 지닌 회화의 단위로,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유닛들이 반복되고 촘촘히 모여 하나의 화면을 이루며, 회화적 모듈의 변주와 입체적인 질감을 통해 삶의 무늬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그동안 예술과 자본의 상호작용, 현대미술 시장의 구조를 탐구해 왔다. 이번 첫 개인전에서는 미술사와 시장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의 내면과 일상의 미시적인 순간들로 시선을 확장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지나온 기억과 감정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이루는 순간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

작가의 연작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느낀 감상'을 추상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청각적 시간 예술을 격자와 색채라는 시각적 공간 예술로 철저하게 번역해 낸 융합 예술이다. 감상자는 눈으로 그리드를 따라가며 마치 바흐의 건반 음악을 눈으로 직접 '연주하고 듣는 듯한'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화면을 채운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의 격자(Grid)들은 음악의 흐름, 즉 마디와 박자, 그리고 음표의 시간적 가치를 격자 하나하나에 대입했다. 바흐 음악 특유의 수학적이고 대위법적인 구조가 회화의 기하학적 그리드로 완벽히 매칭되어 있어, 시각적 규칙성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또, 오렌지, 핑크, 옐로우, 블루 등 다채롭고 선명한 색상들이 리드미컬하게 배치되어 활기차고 밝은 메이저(장조) 계열 곡의 분위기나 복잡한 화성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작품도 선보인다.

아주 밝고 연한 파스텔 톤과 미색이 주를 이루며, 투명하고 섬세한 음의 레이어가 겹쳐지는 곡의 화사하고 은은한 미감을 드러낸다.깊고 짙은 인디고 블루, 네이비, 스카이블루 등 푸른색의 스펙트럼만을 사용하여 단조(Minor) 곡이 가진 깊고 묵직한 내면의 고독이나, 차분하고 정적인 선율의 무게감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각 격자 내부를 자세히 보면 색면 위에 색연필이나 붓으로 그은 사선, 격자, 혹은 물감의 농담 변화가 보이는 작품도 소개된다. 이 선의 방향과 밀도, 붓질의 세기는 음악에서 음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흐름, 혹은 음을 강하게 누르거나 부드럽게 잇는 연주 방식을 회화적인 질감으로 고스란히 표현한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인간의 삶은 수없이 많은 '찰나(Moment)'의 조각들이 맞물려 짜인 거대한 직조물이다. 우리는 매 순간 기쁨과 아픔, 그리움과 희망이라는 감정의 파편들을 통과하며 저마다의 인생을 구축해 나간다"면서 "화면에 촘촘히 박힌 기억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바람이 부는' 거친 현실 속에서도 '바로 지금, 찬란하게 살아가고 있는' 각자의 소중한 순간들을 반추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우석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는 예술과 자본의 상호작용, 그리고 현대미술 시장의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통찰한 저서 (사고, 팔고, 예술하라(Buy, Sell, Art)>와 미술사의 프레임을 대중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게 왜 예술이야? 라고 묻는 당신에게)를 집필하며 예술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탐구해 왔다.

난해하고 형이상학적인 비평에 매몰되기보단 명쾌한 시장의 논리와 시대적 키워드로 대중과 소통해 온 작가는 이제 텍스트를 넘어 캔버스라는 시각적 스펙트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슬라이드 이미지 1
슬라이드 이미지 2
1 / 2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