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부모도 실수합니다. 바쁜 아침 아이를 재촉하다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아이를 오해하기도 합니다. 약속을 잊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아이를 무안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선뜻 사과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하면 우습게 보지 않을까?”, “훈육해야 하는데 권위가 약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거나 “네가 말을 안 들어서 화낸 거야”라며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권위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책임지는 태도에서 자랍니다. 부모가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아이가 부모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는 부모도 실수할 수 있지만 잘못한 뒤에는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사과는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사과할 때는 변명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가 화낸 건 미안하지만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라는 말에는 사과와 비난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아이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자신의 잘못을 다시 지적받았다는 느낌을 더 크게 받습니다. “아침에 네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소리쳐서 미안해. 많이 당황했겠다”처럼 부모가 한 행동과 그것이 아이에게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이어서 “다음에는 먼저 네 이야기를 듣고 말할게”라고 약속하면 사과는 앞으로의 행동을 바꾸는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사과가 훈육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가 말한 방식은 사과하되 필요한 기준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심한 말을 한 것은 잘못이야. 그 부분은 미안해. 하지만 화가 나도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위험하니 멈춰야 해”라고 말하면 됩니다. 감정적으로 상처 준 행동과 가르쳐야 할 기준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도 배웁니다.
아이에게도 상처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계속 그래?”라고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되었다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부모는 완벽하지 않지만 안전한 부모입니다. 잘못해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고, 갈등이 생겨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줍니다. 아이는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과와 책임, 용서와 회복을 배웁니다. 오늘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떠오른다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의 따뜻하고 정직한 한마디가 닫힌 아이의 마음을 다시 여는 가장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최미나(교육학 박사·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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